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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본진’ 미국 어디로? SEC 소송 일지로 들여다본 미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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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Oihyun Kim

요약

  •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는 한편으로는 더디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존 규제에 최대한 맞춰보려는 노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 SEC는 이같은 맥락에서 많은 크립토 기업 및 인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 미국의 규제 향배에 따라 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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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최첨단 정보기술(IT)과 월스트리트의 거대한 금융 자본을 자랑한다. 독립 이후 정치적 자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서구식 민주주의의 종주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술과 금융의 결합이자 정치적 자유를 위한 또다른 표현방식인 블록체인·암호화폐가 미국에서 탄생하고 처음으로 시장을 형성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다만, 미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혹자는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 규제 패키지인 ‘미카(Markets in Crypto Assets, MiCA)’를 지난 16일 최종 승인하면서 단일한 규제를 받는 세계 최대 블록으로 탄생한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같은 주장의 반대편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있다. SEC는 최대한 기존 법률 체계에서 암호화폐와 산업을 정의하려 하고, 그에 따른 규제의 잣대를 들이민다.

SEC는 공정한 시장을 유지하고 투자자와 기관을 사기로부터 보호하는 정부 규제 및 감독 기관이다.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사안을 조사할 수 있으며, 법을 위반한 사람과 기업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 형사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사법기관으로 회부하기도 한다.

여전한 핵심질문, 암호화폐는 증권인가?

핵심 쟁점은 암호화폐가 증권이냐, 아니면 상품이냐 하는 해묵은 질문이다. 아직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암호화폐를 원유와 커피, 천연가스 같은 상품으로 간주하면, 미국에서 관할 규제 기관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된다. 반대로,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주식이나 채권, 상장지수펀드 같은 증권으로 판단한다면, 암호화폐는 SEC 관할이 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2월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는 증권이라는 입장을 냈다. 비트코인은 달러와 엔화, 유로 등 주권 통화의 대체재이지만, 나머지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근거로 증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SEC는 하위 테스트의 4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증권으로 간주한다.

  • 돈이 투자됐다
  • 투자금이 공동 사업에 쓰여야 한다
  • 이익을 얻을 거라는 투자자의 기대가 있다
  •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창출된다

SEC는 암호화폐 대부분이 실제 증권이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특정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코인으로 가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이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에게 토큰을 구매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다른 사람의 노력에 기반한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위 테스트로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하위 테스트를 통해 한번 증권으로 판단 받은 자산은 영원히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고 말했다.

SEC, 암호화폐 규제 타임라인

SEC와 여러 규제 기관은 수년 동안 암호화폐 시장의 불법 활동을 단속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무너진 후 단속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 2023년 4월 18일 겐슬러가 미 의회에 출석했다.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은 SEC가 암호화폐 플랫폼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혁신에서 리더십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23년 4월 24일 코인베이스가 법원에 SEC를 제소했다. 2022년 코인베이스가 SEC에 요청한 내용에 대해 응답하도록 법원이 명령해달라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토큰이 증권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명확한 규칙을 만들며 기업이 합법적으로 등록할 방법을 명시해 달라고 SEC에 요청한 바 있다.
  • 2022년 11월 FTX 거래소의 몰락 이후, SEC는 투자자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샘 뱅크먼-프라이드 전 FTX 대표와 여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FTX 공동설립자인 게리 왕과 알라메다 리서치의 캐롤라인 엘리슨 대표, FTX 엔지니어링 디렉터 니샤드 싱을 포함한 경영진 3명이 혐의를 인정했다.
  • 2022년 7월 SEC는 전직 코인베이스 프로덕트매니저 등에 대해 110만 달러 규모의 내부자 거래에 가담했다며 소송을 냈다. 연방검찰은 이들을 구속기소했으며, 2023년 5월 9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2022년 2월, 암호화폐 대출회사 블록파이(BlockFi)가 대출 상품 판매를 등록하지 않았다며 벌금 1억 달러를 납부하기로 SEC와 합의했다. 블록파이는 같은 해 1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 2021년 9월, SEC는 20억 달러 규모의 폰지 사기 혐의로 비트커넥트(BitConnect)의 경영진에 소를 제기했다.

암호화폐 스캔들에 휩싸인 미 유명 인사

SEC는 암호화폐 자산을 불법적으로 홍보한 유명인을 줄줄이 단속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방송인 킴 카다시안이 대가로 받은 돈을 공개하지 않고 이더리움맥스를 홍보했다는 혐의로 벌금 126만 달러를 SEC에 납부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제이크 폴, 배우 린제이 로한, 음악가 드안드레 코르테즈 웨이, 음악가 알룬 티암, 프로복서 메이웨더 주니어, 음악 프로듀서 DJ 칼리드, 농구선수 폴 피어스 등이 유사한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암호화폐 단속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SEC가 제기하는 일련의 소송이 업계에 타격을 주면, 미국 투자자들이 디지털 통화 거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매력도 잃을 수 있다. ‘탈미국‘을 부추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크립토 애널리스트 닉 랑가는 “암호화폐 규제가 더 엄격해지면 FTX 같은 거래소가 무너질 때 손해 보는 투자자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다. 다만,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 사용 방식에 제한이 생길 수 있으며 업계 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완 비트코인의 수석 애널리스트 샘 칼라한은 “비트코인은 상품으로 간주해 왔으며, 비트코인을 직접 관리하게 되면 더 이상 거래소나 중개인을 신뢰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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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일부 콘텐츠는 영어판 비인크립토 기사를 AI 번역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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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ho Hwang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인크립토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정보학 학사와 저널리즘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국내외 언론사에서 방송 및 신문기자로 10년 활동했습니다. 지역 문화와 사회 문제에 관한 책 4권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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