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역시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잘 마무리되어 법안이 상·하원 의회를 통과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쳤다는 점일 것입니다.
양당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2024년 말일까지 2년간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024 회계연도 비 국방 분야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 예산은 최대 1%만 증액하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리가 되긴 했습니다. 이후 벌어질 일의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말일까지는 상한선 없이 빚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 국채를 발행해 예산 집행에 필요한 돈들을 마련하려고 할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8월말까지 1조달러(약 1300조원) 어치의 미국 국채가, 연말까지는 1조4000억달러 상당의 국채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째로 이 국채가 팔리는 과정에서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금리가 딸려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중 유동성을 급격히 빨아들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에게는 위기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손에 쥔 현찰로 현금 예금인 재무부일반계정(TGA)의 잔고를 채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초 5조8000억달러이던 TGA잔고는 현재 4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간 상황입니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때문에 이 과정도 비트코인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돈이 순차적으로 풀려나올 것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안전자산 가격이 이 시점부터는 반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험자산의 가격을 올릴 정도로 과잉 유동성이 넘쳐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일단 지난 주에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부채한도 협상 위기감 해소로 강달러 현상이 완화됐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협상 타결이 확실시된 지난 28일(현지시간) 바로 2만8000달러를 잠시 돌파했지만 곧바로 2만7000달러 선으로 내려왔습니다. 법안 통과가 있었던 2일에는 2만70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고용지표가 매우 양호하게 나오면서부터는 소폭 상승해 2만7000달러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기와 유동성의 향방을 놓고 비트코인이 어떤 자산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관찰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엇, 홍콩 이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어?
6월 1일에는 말 많던 홍콩 암호화폐 시장 개방이 이뤄졌습니다. 코인 시장을 향한 중국 시장의 억눌린 수요가 홍콩 개방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해 아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줄리아 렁 위원장은 홍콩 암호화폐 시장 개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투자자 보호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발언은 홍콩 시장 개방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빠르게 속전 속결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흥분한 사람들의 ‘썰’이 아니라 차가운 공식 문서를 뒤적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인크립토가 준비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가이드라인의 모든 것’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언락 천국’ 6월은 알트코인의 무덤?
코인 가격 얘기를 해볼까요. 사실 크립토 리서치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6월 암호화폐 시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데이터 기업인 카이코(Kaiko)가 내놓은 키워드는 세 가지 입니다. 거래량 급감, 유동성 위기, 급증하는 매도 압력.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해 보이는 문제는 올해 6월에 토큰 잠금해제(unlock)를 앞두고 있는 비교적 건실한 알트코인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약 5억달러(약 6500억원) 상당의 알트코인이 매도 가능한 상태로 시중에 풀릴 전망입니다.
암호화폐 데이터 사이트인 ‘토큰 언락(Token Unlock)’ 자료에 따르면 6월에 미화 1000만달러 이상 잠금 해제가 예정된 토큰은 1인치(1INCH), 수이(SUI), DYDX, 앱토스(APT), 비트다오(BIT), 에이프코인(APE), 이뮤터블엑스(IMX), 로닌(RON), 옵티미즘(OP) 등입니다.
이중 최근 몇 달 동안 화제가 되었던 옵티미즘은 시리즈B 투자자로 참여했던 마켓메이킹 ‘큰손’ 기업 윈터뮤트가 보유 물량의 27% 이상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통상 토큰 잠금이 해제된 직후에는 매도가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대로 우울한 소식만 전하면 투자 생활에 재미가 없겠죠? 비인크립토는 이 와중에도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알트코인 4종을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비트코인 2만8000달러가 한계’ vs ‘순유입 자금 늘었다’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인 매트릭스포트(Matrixport)는 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NFT’ 열풍 때문에 채굴자들이 2만8000달러대로 반등하기가 무섭게 BTC를 내다 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인스크립션의 트랜잭션이 폭증하면서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는 바람에 최신형 채굴기를 확보하지 못한 채굴자들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석이 진실을 담고 있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상당 기간 동안 고전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글래스노드는 다른 지표를 해석해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의 분석을 내놨습니다. 범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해 4월께부터 오랫동안 순유출 상태였던 자금 흐름이 올해 3월께부터는 순유입으로 전환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지표가 더 영향력이 높을지는 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업비트 매출 30% 감소가 시사하는 것
국내 크립토 업계에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올해 1분기 약 3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30% 줄어들고 당기 순이익은 55% 늘었는데요.
후자는 연초부터 오른 암호화폐 가격 때문이니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으나, 전자가 좀 시사하는 부분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요 수입원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옵니다. 매출이 30%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업비트는 국내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1등 거래소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거시경제 관련해서는 특별한 이슈는 없습니다. 다음 주 13일(화)밤부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오고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주에는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발언에 자산 가격들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유하고 계신 알트코인 중 잠금해제가 예정되어 있는 코인이 있다면 유의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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