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당국은 공항에서 암호화폐 도피범 권도형을 체포했다. 권도형은 어떤 식으로 수사망을 피해다녔던 걸까.
테라·루나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암호화폐 도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경찰에 체포된 후 공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23일 경찰은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권도형과 한창준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의 수하물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및 벨기에 여권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형은 지난 9월 한국 당국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수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해왔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24일 용의자의 지문이 한국 경찰이 보유한 정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권도형은 미국에서도 증권 사기 및 음모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 이번 형사 소송은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권도형과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 이은 것이다. 또한 권도형은 인터폴의 적색 수배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다.
현재의 법과 규정의 상태를 고려할 때, 권도형 같은 이들이 법망을 피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궁금했다. 물론, 비인크립토는 어떠한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
우선 적절한 국가를 찾는다
권도형의 소재와 관련해 한국 검찰은 12월 11일 그가 세르비아에 있다고 밝혔다. 권도형은 테라가 붕괴되기 직전에 싱가포르로 이주한 후 그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세르비아였을까?
사실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세르비아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도형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법망은 간단치 않다. 한국 측은 2월 7일 최소 2명을 세르비아에 파견해 권도형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세르비아 당국도 한국 당국과 협력해 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2월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권도형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권도형에게는 매우 나쁜 소식이었다. 미국은 세르비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가장 공격적으로 국제적인 도망자들을 추적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권도형의 예에서 보듯이, 암호화폐 도망자가 되려는 사람은 현명하게 국가를 선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구속되지 않는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란, 벨라루스, 시리아, 소말리아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VPN을 악용한다
당국이 암호화폐 도주자를 추적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디지털 발자국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우회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가상사설망(VPN)이다. VPN은 특별할 게 없는 흔한 툴이지만, 법망을 피하기보다는 다른 나라 버전의 넷플릭스에 접속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VPN을 사용하면 모든 온라인 활동이 암호화된 터널을 통해 라우팅되므로 온라인에서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한 VPN은 IP 주소를 마스킹하여 사용자의 실제 위치를 숨기는 데 도움이 된다.
웹사이트와 서비스는 사용자의 실제 IP 주소가 아닌 사용자가 연결한 VPN 서버의 IP 주소를 확인한다. 이는 지역적으로 제한된 콘텐츠에 액세스하거나 온라인에서 익명을 유지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VPN이 완벽한 개인 정보 보호 수단은 아니다. 다크웹 마켓플레이스 실크로드(Silk Road)의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일명 ‘공포의 해적 로버츠’)는 고정적인 VPN 사용자였다. 그러나 경찰은 울브리히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VPN 제공업체도 소환했고, 이를 통해 당국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인터넷 카페를 찾아냈다.
VPN은 인터넷 트래픽을 암호화하고 IP 주소를 마스킹하지만, 네트워크 내에서는 사용자 활동을 추적하여 방문한 웹사이트와 브라우징 시간을 공개할 수도 있다. 제공업체는 IP 주소와 검색 기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VPN은 암호화 프로토콜이 손상될 경우 해킹에 취약하다.
암호화 기술을 통한 개인정보 보호 강화
도주 중에도 도망자는 여전히 돈이 필요하다. 암호화폐는 오랫동안 범죄와 연관되어 왔지만, 사실 방법만 알면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투명하다. 따라서 어디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기만 한다면 암호화폐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프라이버시 코인’이 필요한 이유다. 모네로, 지캐시, 대시를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는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암호화폐는 영지식 증명, 링 서명, 스텔스 주소와 같은 고급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여 거래를 익명화하고 추적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어떤 암호화폐도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자산과 다른 사용자의 자산을 혼합하는 크립토 믹서는 항상 존재한다. 이렇게 혼합된 자금 풀은 각 소유자에게 동일한 금액을 돌려준다.
셸(Shell) 컴퍼니
자금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면 권도형의 사례를 한 번 더 살펴보는 필요할 것 같다.
지난해 권도형의 회사 테라폼랩스는 블록체인 컨설팅으로 위장한 한국의 유령 회사를 통해 480만 달러를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 컴퍼니는 자산을 보유하거나 금융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사업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셸 컴퍼니(Shell Company)는 세금 최소화, 지적 재산권 보호, 인수합병 촉진 등 합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산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셸 컴퍼니는 일반적으로 여러 지역, 여러 계좌에 자금을 이체하여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레이어링’이라는 수법으로 자금을 숨긴다. 또한 익명을 유지한 채 실제 소유자를 대신해 ‘지명 이사’ 또는 ‘지명 주주’를 임명할 수도 있다.
비인크립토는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기 위해 SEC에 연락했다. SEC는 논평을 거부했지만 권도형의 혐의에 관한 보도자료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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