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감기와 도널드 트럼프의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미국의 경우, 은퇴준비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은퇴 준비를 위해 비트코인을 투자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데요. 이들을 ‘시니어 코인 개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서는 자본력을 가진 중장년층이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은 자금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은퇴 자금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또 중장년층은 어떻게 암호화폐 투자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투자 나선 미국 연기금
개인의 은퇴 자금에 앞서, 국가가 어떻게 은퇴자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살펴보면 전체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미국 주정부들이 연기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했습니다. 2024년 1분기, 미국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SWIIB)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1억 6000만 달러 어치 매입했습니다.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0.1%에 해당합니다. 미시간주 연기금은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아크 21셰어즈(ARK 21Shares) 비트코인 ETF에 660만 달러를 사들였습니다.
이에 대해 데이비트 크라우스 마퀘트 대학교 금융학 명예 교수는 미국의 여러 주들이 위스콘신주처럼 연기금을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라우스는 “기금 조달 비율이 100%에 가까운 다른 주정부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해도 시장의 변동성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금력이 떨어지는 일반 기업이 암호화폐에 장기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크라우스 교수는 “위스콘신 주는 이번에 전체 포트폴리오에 0.1% 정도만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한 것”이라며 “위스콘신주는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고, 다른 주 연기금도 이를 추종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자산 분석 기업 스티티스타(Statista)의 2021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401K 퇴직자 연금의 총 가치는 7조 26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밖에 2024년 기타 연기금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현황입니다.
2024년 11월 14일, 미국 교직원연기금(TIAA)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통해 5만 2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1월 4일, 익명의 영국 연기금이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펀드는 전체 자산 5000만 파운드(약 891억 원) 중 3%를 비트코인에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4년 10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최고재무책임자 지미 패트로니스가 주 연기금으로 비트코인을 투자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며 플로리다 주정부 관리 위원회에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2024년 7월 25일,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 시장 스티븐 풀롭이 연기금 중 일부를 비트코인 ETF에 할당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24년 3월 19일,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운용 자산 다각화를 위해 비트코인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3월 5일, 미국 애리조나주 양대 연기금인 퇴직시스템(ASRS)과 공공안전요원퇴직시스템(PSPRS)이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함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주하원에 제출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암호화폐 관련 기업 투자
한편, 2024년 8월 국민연금공단(NPS)이 미국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증권 보유 현황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4년 2분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2만 4500주를 3375만 달러에 신규 매입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앞서 2023년 3분기,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도 28만 2673주를 매입하며 비트코인을 결과적으로 간접 투자한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매입하기 위해 해당 펀드를 구매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더불어 상당한 수익을 낸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니어 코인 개미의 등장
젊은 층, 즉 MZ세대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암호화폐 시장에 시니어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11월 18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10억 원 이상 초과하는 암호화폐 고액 계좌를 가진 투자자 중 50대(904)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40대가 850개, 60대가 538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50대와 60대의 인당 평균 가상자산 보유액은 21억원에 달했습니다. 반면, 30대가 가진 고액 계좌 454개, 20대 이하는 69개에 그쳤습니다.
1명 당 평균 투자금액도 60대 이상이 약 872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20대 이하는 98만원, 30대는 298만원 순준이었습니다.
이어, 업비트와 빗썸에 개설된 계좌 증가율도 6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지난 9월 말 60대 이상 고객 계좌는 77만 5718개로, 2021년 말 18만834개 대비 30.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고객 계좌는 22.5%(35만6169개) 늘었습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암호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주로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60대 이상 업비트 고객의 가상자산 보유액 가운데 47.3%가 비트코인이었다. 그 뒤로 리플(15.8%), 이더리움(9.9%) 순이었다. 20대 이하와 30대의 비트코인 자산 비중이 각각 31.0%, 29.7%에 그쳤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젊은 세대가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50대 이상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점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젊은 세대가 아닌 시니어 개미의 급증했고, 이는 은퇴 포트폴리오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은퇴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 포함해야 할까?
2024년 말,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은 강세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4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 6083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41.8% 올랐습니다. 알트코인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도지코인(DOGE)은 같은 날 기준, 0.41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83.6% 상승했습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실적도 상당히 좋습니다. 2024년 12월 4일 기준,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가격은 54.4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04% 상승한 수치입니다. 같은 날, 피델리티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도 83.64달러로 1년 전 대비 104% 상승했습니다. 이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상당한 자금을 비트코인 유동성으로 끌어들이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큰 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저축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산 관리 기업 에이펙스 웰스(Apex Wealth)의 자산 관리자 클리프 앰브로스는 유에스뉴스(usnews)와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고 변동성이 크지만, 은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투자자들이 점점 더 고려하고 있는 종목”이라며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통화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믿는 사람이라면 은퇴 저축의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 시 철저한 조사와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코인의 투기적 성격 이해하기
암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은퇴 자금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포함하려면 다소 생경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크리톤 대학교 하이더 경영대학의 금융학 교수인 로버트 R. 존슨은 유에스뉴스를 통해 “투자자는 암호화폐 자산을 구매할 때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알트코인의 경우 시가총액에 상당하는 실용성이나 사용가치가 증명되지 않아 가격이 폭락할 경우 같잡을 수 없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어 존슨 교수는 암호화폐는 거품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암호화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며, 이는 워렌 버핏도 2024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회의에서 말한 내용과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은퇴 자금을 위해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투기적 위험성을 직시해야 합니다.
연령에 맞는 투자하기
은퇴 자금을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시, 투자자의 현재 나이와 은퇴 시기, 투자 성향을 고루 살펴보아야 합니다.
금융 서비스 기업인 에스칼렌트(Escalent)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반스는 “암호화폐는 현 시점에서 투자자의 수익 실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폭락할 경우, 왜 해당 상품에 투자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라며 “비교적 젊은 투자자이고 2주마다 시세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전체 자산의 5% 또는 7%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반스는 투자자의 나이가 많거나 소극적 성향이라면 암호화폐를 멀리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암호화폐는 특정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이 조정되는 투자 펀드인 ‘타겟데이트펀드(Target-Date Fund)’에 포함되지 않은 데에 이유가 있다. 만약 적절한 시점이 와서 암호화폐도 이러한 펀드에 포함될 수가 있다면, 수동적인 투자자도 은퇴 자금에 암호화폐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암호화폐는 다른 자산과 달리 역사가 짧습니다. 이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성과 지표가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자산을 장기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운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철저히 분석하기
은퇴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추가하려는 경우,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해당 코인에 대한 기본 기술 및 토큰노믹스 등 펀더멘털을 최대한 자세히 공부해야 합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가격에 대한 기술적 분석도 동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폐 관련 뉴스 및 각종 금융 보고서, 기술 변화 동향을 추적해야 합니다. 각 변수에 따라 해당 코인의 가격 변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TF 및 관련 기업 투자로 위험 최소화
은퇴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 코인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암호화폐 펀드를 먼저 살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는 전통적인 투자 방법을 통해 암호화폐를 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암호화폐 투자가 처음인 경우, 새로운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지갑을 개설하는 등 낯선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4년 4월부터 다양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됐습니다. 미국 투자자의 경우, 은퇴 기금 내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세금 관련 사항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암호화페 ETF 거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미국 추세에 맞춰 해당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투자함으로써, 암호화폐에 간접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등이 있고 비트코인 채굴기업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나 라이엇 블록체인, 비트디어 등도 상당수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반도체칩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적게, 안전하게 시작하기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은퇴 준비자의 경우, 적은 자금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5~10% 정도만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산관리기업 윈캠파이낸셜(WinCap Financial)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콜린스는 2024년 4월 야후 파이낸셜과 인터뷰에서 “저희의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포트폴리오의 5% 미만을 암호화폐 자산에 할당하는 것입니다. 투명성을 위해 우리 고객들은 은퇴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으며, 소형주에서 더 나은 위험 대비 보상 프로필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암호화폐 유동성 기업 엠프리카(Empirica)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로잔스키도 “은퇴 시점에 따라 은퇴 포트폴리오의 5%에서 10%를 암호화폐에 할당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암호화폐와 기존 자산군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은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은퇴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절대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버트 R. 존슨 박사는 “암호화폐 시장은 결코 좋은 투자처가 아닙니다. 때때로 일부 투기꾼에게는 수익성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은퇴 계좌와 관련해서는 맞지 않습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론
암호화폐 투자에는 큰 기회와 리스크가 따르지만, 제대로 된 정보와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면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들은 코인의 특성과 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전략을 세운 후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은퇴 자금으로 절대 암호화폐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투자 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은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암호화폐의 투기적 성격을 이해하고, 분산 투자를 하며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자본금만 투입해야 합니다. 또,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 문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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