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CBDC)의 목표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다. 최근 페루에서는 CBDC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비트코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각국 중앙은행은 CBDC 개발을 모색 중이다. CBDC는 은행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개인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다. CBDC는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고 현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CBDC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결제서비스를 비롯해 보안 및 투명성 강화, 통화정책 전파력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 기관과 협력해 이미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거나 CBDC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스웨덴, 바하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아직 탐색 및 연구 단계에 있다.
수요 파악이 관건
페루에는 아직 디지털 결제를 위한 전담 기관이 없다. 2021년 5월, 페루 중앙준비은행(BCRP)은 국제통화기금(IMF)에 CBDC 기술지원을 요청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BDC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페루는 대부분 국민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 포용성이 매우 낮은 국가다. 이런 상황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페루의 대부분 지역이 농촌 및 외딴 곳이라는 점이다. 높은 빈곤 수준과 고용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시직은 은행 거래를 어렵게 하는 주요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에 대한 열망은 많이 커졌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과 중간 소매업의 혁신이 이러한 변화를 부추겨 최근 페루의 디지털 결제 사용은 5배나 증가했다. 아래의 디지털 결제 지표는 디지털 결제의 가치 규모 및 건수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디지털 결제에 대한 수요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공급이 그 수요의 절반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혁신은 금융 소외층에 도움이 될까?
‘CBDC: 페루의 디지털 결제 촉진’ 보고서는 BCRP가 CBDC 구현 가능성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의 목표는 디지털 결제에 대한 접근과 사용을 촉진하고, 통화 및 금융 안전성, 결제 시스템의 보안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공공 소매 결제 플랫폼에 CBDC를 도입하면 모든 소매 결제서비스 제공업체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페루 결제 시스템 안에서 CBDC의 목표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결제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CBDC 실행 전략을 수립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정책과 결합한 CBDC는 기존 시스템의 접근성과 상호운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은 고객 및 판매자, 도매 상품 유통업체, 정부, 금융기관, 결제서비스 제공업체 등 결제 체인의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번 보고서 발행으로 CBDC의 잠재적 개발 5단계 중 1단계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개발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국가도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문제, 사이버 보안 위험, 기존 결제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 보장 필요성 등 CBDC와 관련된 잠재적인 위험 및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핵심적 자유에 대한 위협
미국에서도 CBDC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 공화당의 싱크탱크 격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보고서는 CBDC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작성됐지만, 해당 문제는 각국에 공통으로 해당한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지원하는 기존 통화의 디지털 버전이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됐으며, 온라인으로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다. 또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집중식이며 발행자가 정부나 중앙은행이다.
가장 큰 우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CBDC는 디지털 방식이므로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를 추적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 결과 정부는 유례없는 수준에서 개별 금융 행동에 관한 인사이트를 확보함으로써 이를 감시나 법 집행, 과세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CBDC가 금융 시스템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기존 은행 계좌 대신 CBDC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기존 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은행 부문의 통합과 경쟁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CBDC는 또한 익명 거래나 대체 통화 사용 같은 핵심적인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CBDC가 지배적인 결제 수단이 되면, 개인은 대체 통화를 사용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추적을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의회를 위한 제언
카토 보고서는 앞서 언급한 핵심적 자유 침해 가능성을 내세우며 의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재무부는 어떤 형태로든 CBDC 발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미국의 CBDC 발행은 금융 프라이버시 문제를 비롯해 금융 자유, 자유시장, 사이버 보안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CBDC의 혜택으로 내세워지는 것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비용이 많이 들고 혜택은 적은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CBDC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두려움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준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 부채와 청구액의 약 60%가 미국 달러로 표시돼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결제 시스템 페드나우(FedNow) 개발은 한창 진행 중이다. 즉시 결제 서비스는 7월에 출시 예정이다.
비트코인이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CBDC는 여러 가지 장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접근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는 결국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채택을 촉구한다.
비트코인은 CBDC와 달리 정부나 중앙기관이 없는 탈중앙화된 특성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동시에 비용도 저렴해 국가 간 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모티브는 비트코인 순환 경제 개발에 주력하는 비정부기구다. 모티브의 CEO 겸 공동 창업자 리처드 스위셔는 비인크립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 사용이 빈곤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비트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면서 비트코인 채택도 증가해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을 보니 무척 기쁘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다.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다른 자산군과 경쟁하려면 앞으로 긴 여정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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