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빅시(Beaxy)를 미등록 증권판매 혐의로 제소하고 일부 혐의자에 대해서는 민사 벌금 지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SEC는 29일(현지시간) 빅시 창업자인 아르탁 하마자스피안(Artak Hamazaspyan)과 빅시 법인에 미등록 거래소 및 중개 서비스 제공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SEC 소장에 따르면 빅시가 미등록 증권 성격의 토큰인 BXY를 발행해 약 8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불법으로 조달했다. 하마자스피안은 회사 자금 중 최소 90만 달러를 횡령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SEC는 빅시 측 일부 인사들이 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플랫폼 중단을 포함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민사 벌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합의된 벌금 규모는 22만8579달러(약 2억9826만원)다.
브로커, 청산 대행사, 함께 운영하는 거래소들로 소송 번지나
암호화폐 데이터 사이트인 코인마켓캡 자료에 따르면 빅시 거래소는 2019년 6월 10일에 만들어진 소형 거래소다. ‘BTC-USDC’, ‘LTC-BTC’, ‘BXY-BTC’ 등 총 6개의 거래쌍을 지원했으며, 최근 거래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 거래소 스코어 점수는 10점 만점에 0.1점으로 전체 거래소 중 227위다.
SEC는 최근 상장사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까지 웰스노티스를 보내는 등 암호화폐 업계 곳곳에 분주하게 증권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거래소에까지 꼼꼼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소 의외다.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빅시와 계열사들은 SEC에 등록하지 않고 거래소, 브로커, 청산 대행사 및 딜러의 기능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SEC 집행국장인 구르비르 그루왈은 “거래소와 브로커, 청산 대행사는 각각 별도의 요건을 갖춰 SEC에 등록해야 하며 그들은 본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런 기능을 한 지붕 아래 결합할 경우 투자자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SEC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 소형 거래소에 대한 소송은 SEC에 브로커, 청산 대행사, 딜러로 등록하지 않은 채 그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소송 예고로 해석할 수 있다.
SEC는 이날 빅시 플랫폼에서 활동해온 유동성 공급자(market maker)도 미등록 딜러로 기소했다. SEC가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암호화폐 업계 유동성 공급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사법 처리에 나설 경우, 또 한 차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SEC는 앞서 지난 2월 18일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제소하면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 미등록증권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SEC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권 대표의 사정을 이용해 해당 소송을 손쉽게 이겨 판례를 만든 후, 차후 법원에서 벌어질 다른 스테이블코인과의 증권성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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