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의 '권도형 소송', 방패없는 테라로 업계에 선례 남기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폼랩스 법인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CE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다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조치를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작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크립토 투자기업 델파이랩스의 법률 고문인 가브리엘 샤피로(Gabriel Shapiro)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SEC의 소장이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구성되어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UST는 증권, 미러도 증권법위반”

SEC는 이날 뉴욕연방남부지법에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상대로 범죄수익환수와 손해배상금 지불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테라폼랩스가 테라USD(UST), 루나(LUNA), 랩드 루나(wLUNA) 등 미등록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를 지난 수 년 동안 수십억 달러 어치 판매해 연방증권법을 위반했고 그에 대한 금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샤피로는 그중에서도 SEC가 테라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T를 증권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whew lad, lots to digest in the SEC lawsuit vs Do Kwon and Terraform Labs

right off the bat, a very interesting fact is that the SEC is being more thorough than usual–specifically running through the Howey test for various assets (UST, LUNA, and wLUNA) and also alleging that… https://t.co/1JsBQijMnw pic.twitter.com/qHuL6mKpeo
— _gabrielShapir0 (@lex_node) February 16, 2023

미국에서 증권으로 간주되려면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통과해야 하며, 이 테스트의 필요 요건 중 하나가 ‘타인의 노력을 통해 이익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샤피로는 “SEC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홍보, 마케팅 등을 하는 재단의 활동을 ‘타인의 노력’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해 창출되는 수익을 ‘노력에 따른 이익’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논리라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다.

샤피로는 SEC가 미러 프로토콜(MIR)과 관련한 테라폼랩스의 활동을 증권법 위반으로 본 부분도 눈여겨봤다. 미러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주식, 상품 등 다른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일종의 합성자산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SEC가 합성자산 플랫폼을 증권법 위반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SEC는 소장에서 LUNA를 다른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감싼(wrapped) wLUNA에 대해서는 증권에 대한 일종의 영수증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샤피로는 “이런 시각 역시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스테이블코인 공격하려는 큰 그림?

이 모든 부분이 크립토 업계에 중요한 이유는 현재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법적으로 방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크립토 벤처캐피탈인 드래곤플라이 캐피탈(Dragonfly Capital)의 매니징 파트너인 하십 쿠레시는 “SEC의 목적은 투자자보호 보다는 일종의 법적 전략을 세우는 데 있는 것 같다”며 “테라 측은 지금 방어를 할 수 없고 SEC가 이 소송에서 이기면 다음 소송에서 선례를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ensler’s next strategy is to go after Do Kwon and UST because he knows no one will defend them and if he wins he’ll establish broad precedent for more control over crypto.

It’s evil genius. https://t.co/FDLoeVcTLb
— RYAN SΞAN ADAMS – rsa.eth 🏴🦇🔊 (@RyanSAdams) February 16, 2023

암호화폐 전문 팟캐스트 뱅크리스의 진행자 라이언 숀 아담스도 트위터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SEC가 테라폼랩스에 승소하게 되면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공격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권도형 대표의 소재는 현재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권 대표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인터폴을 통해서 적색 수배령을 내린 바 있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권 대표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SEC의 민사소송은 진행 가능하다.

권도형, 스위스 은행에서 1300억원 이상 인출

한편, SEC는 소장에서 권도형 대표가 2022년 6월부터 최근까지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법정화폐를 스위스 은행에서 인출했다고 밝혔다.

SEC는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는 비트코인 1만개 이상을 테라폼랩스와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가상자산 지갑에서 콜드월릿(오프라인 지갑)으로 이체했다”며 “2022년 5월부터 주기적으로 비트코인을 콜드월릿에서 스위스 은행으로 보내 현금화했다”고 설명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2022년 1월 테라USD(UST) 가격 방어를 위해 설립된 조직이지만, 이후 권도형 대표가 사실상 개인금고처럼 사용해온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결국 권도형 대표가 2022년 이후 테라·루나 사태 이후 보유했던 비트코인을 계속 현금으로 바꿔서 숨기거나 써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