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이후 복수 나라의 수사 당국과 크립토 커뮤니티로부터 표적이 돼왔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3월 23일 체포됐다. 7가지 질문을 통해 권도형 체포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1. 권도형은 어쩌다 붙잡혔나요?
권도형은 2023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리고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제시하다가 출입국 관리 당국에 붙잡혔습니다. 그동안 세르비아에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열흘 전에 몬테네그로로 왔고 이날은 전용기를 타고 두바이로 가려던 참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공식 입국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권도형이 위조된 벨기에 여권도 갖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체포 뒤 몬테네그로 내무장관은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체포했다”고 발표했고, 그가 권도형이라는 사실은 인터폴을 통해, 정확히는 한국 경찰의 지문 확인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 권도형은 왜 도망중이었나요?
권도형은 테라 프로젝트의 창립자입니다. 테라는 알고리듬형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동시에 앵커프로토콜이라는 디파이 프로젝트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래 1달러 가치에 고정돼야 하는 UST(테라USD)의 가치가 2022년 5월초 무너지면면서 테라 프로젝트 전체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가격이 붕괴했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습니다. 창시자이자 운영자였던 권도형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22년 4월말 권도형은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출국했습니다. 5개월 뒤인 지난해 9월 한국 검찰에 의해 권도형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고, 은닉자산 추정 비트코인 등 950억원 어치의 암호화폐가 동결됐습니다. 싱가포르에서도 소송을 당하자 제소 당일 권도형은 싱가포르를 떠났고, 두바이를 경유해 세르비아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권도형은 본인 스스로는 “도주한다거나 하고있는 건 아니다”, “그들은 내가 어디 있는지 잘 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뒤에도 “나는 도망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3. 권도형은 숨어지내며 무얼 했나요
권도형의 트위터 계정은 2022년 12월까지 꽤 활발했습니다. 11월 초에는 “컨퍼런스를 열 테니 전세계 경찰 등의 참석을 환영한다. 거짓을 퍼뜨리는 이들을 콘퍼런스에 VIP로 초대한다. 비행기표까지 제공할 수 있다”며 수사 당국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FTX 거래소가 파산 신청에 이른 뒤에는 트윗 수가 늘었습니다. 그는 테라·루나 붕괴의 원인이 자체 결함이 아니라 FTX의 공격이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트위터 뿐만이 아닙니다.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기도 했고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Uponly 생방송에서는 사기죄로 7년 간 복역한 패널이 그에게 “감옥이 그렇게 나쁜 건 아냐”라고 말하자, 권도형은 “좋은 팁이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공개적인 활동은 많지 않은 듯 보입니다.
권도형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정한 사업모델이 아닌 ‘기술 자선활동’이라 묘사했다고 하나 어떤 형태인지 분명하진 않습니다.
그가 세르비아 도피 중에 암호화폐 관련 법인을 설립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세르비아는 거래 및 채굴 합법화, 암호화폐 ATM 설치 등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나라로 알려졌습니다. 권도형이 설립한 법인이 암호화폐 사업을 위한 것인지, 자금세탁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 목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4. 권도형은 한국 사람인가요
몬테네그로 법원에서 권도형의 변호인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어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며 기각당했습니다.
권도형은 한국에서 나고자란 한국인 맞습니다. 대원외고를 졸업했고, 육군병장으로 병역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어를 잘 하는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권도형의 공개 활동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습니다.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를 좀처럼 쓰지 않는 식입니다.
테라 프로젝트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부터였나 싶기도 합니다. 한국 기자들이 트위터 같은 곳에서 그에게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그는 한국어 답변을 내지 않은 채 영어로 질문해줄 것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 언론은 말도 섞지 않았고, 글로벌 매체가 아니면 상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전엔 한국어 인터뷰도 종종 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랬던 그가 법정 진술을 위해 한국어 통역을 요청했다 하니, 참 새삼스럽습니다.
5. 권도형과 같이 붙잡힌 사람은 누구인가요?
몬테네그로 포드리고차 공항에서 권도형과 함께 검거된 한창준은 차이코퍼레이션 전 대표입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 프로젝트 초기 스테이블코인 결제 연동을 꾀했던 차이 서비스의 운영사입니다. 권도형과 더불어 초기 테라의 또다른 기둥이었던 신현성씨가 총괄대표를 맡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 한 행사 자료를 보면, 한창준은 차이코퍼레이션 이전엔 테라의 재무총괄(Head of Finance)로 일했던 기록이 보입니다. 권도형과 신현성은 2020년 3월 갈라섰는데, 당시 관련된 직원들도 원래의 소속으로 돌아가는 인사 이동이 뒤따랐습니다.
한창준의 이후 공식 직함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테라로 다시 돌아와 권도형과 함께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그를 ‘권도형 측근’이라고 부릅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권도형, 한창준, 신현성, 테라폼랩스 등에 약 1천억원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6. 권도형의 도피 자금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테라는 암호화폐 가운데 시가총액이 최고 7위까지 올랐던, 세계적으로 상당히 성공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물론 권도형도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이 그간 도피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권도형이 설립한 루나파운데이션가드라는 비영리재단이 소유한 비트코인이 정체불명의 거래소 지갑으로 계속해서 옮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도 수십억원~수백억원 규모여서 작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권도형이 자금 세탁 또는 도피 자금 활용 등 목적으로 명목상 비영리재단인 LFG의 돈을 유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테라 프로젝트의 운영비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관측도 합니다.
7.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권도형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미국 연방검찰은 권도형을 곧장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 요청을 추진중입니다. 증권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등 8가지 혐의입니다. 지난 2월에는 SEC가 권도형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한국 검찰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도형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고, 3월 24일 저녁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도형의 인도를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 피해 규모가 77조원, 피해자는 28만명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몬테네그로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에 넘길지를 결정할텐데,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전에 권도형의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결론부터 내야 합니다. 권도형이 인도 불응을 주장하며 몬테네그로에서 법적 대응을 진행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도형과 한창준 두 사람의 구금 기간을 최대 30일로 연장했습니다.
권도형은 테라·루나 사태 이후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국내 로펌에 거액을 송금한데다, 미국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국과 미국에서 다각적인 법률 대응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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