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나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가를 또 경신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산과 관련한 정책은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요. 과연, 미국 행정부가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략적 준비 자산은 무엇인지, 또 얼마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행정명령으로 비트코인 매입 가능할까?
비트코인 결제 기업 스트라이크의 대표 잭 말러스는 2024년 12월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2025년 1월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비트코인을 미국 준비자산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이) 바로 100만 달러가 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포지션이 있을 것”라고 덧붙였습니다. 공교롭게 이 발언이 나온 뒤, 비트코인 가격은 10만 60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이미 암호화폐 지지자인 신시아 루미스 연방 상원의원이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비트코인 100만 개를 5년에 걸쳐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한 바 있습니다. 루미스 의원은 또 12월 13일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와 만나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만남에서 루미스 의원은 스콧 베센트를 암호화폐 지지자라고 말하며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법안 통과를 위한 핵심 동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다, 비영리단체인 사토시액션펀드의 최고경영자 데니스 포터는 엑스에 “다음 주(12월 중순), 또다른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도미노가 쓰러지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G7 국가 중 1개국,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중 1개국이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긴급 사태 선언” vs “의회 승인 받아야”
도널드 트럼프는 과거 재임 기간인 2017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20일까지 총 220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부터 2024년 9월 26일까지 총 14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에 비해 1.54배 더 많이 행정명령을 행사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종종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대표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이 무제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과 의회가 제정한 법률 내에서만 유효하죠.
기본적으로 헌법상 연방 예산 사용에 대한 권한은 의회에 있습니다. 헌법 제1조 제9항에서 재정 지출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죠.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비트코인 매입을 명령한다면 또다른 법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정부가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집니다. 국가안보나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이죠.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자산 동결이나 외환 거래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IEEPA를 근거로 비트코인 매입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는 2019년 5월 15일 IEEPA를 근거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분야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습니다. 화웨이(Huawei)와 같은 중국 기업의 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과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기술 및 장비를 제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상당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러시아도 비트코인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긴급 상황으로 설정하고, 도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앞서 12월 9일 자오창펑 바이낸스 전 대표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MENA 컨퍼런스에서 “중국이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 이라고 말했고, 같은 행사에서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털(SkyBridge Capital) 설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도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재개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다 트럼프도 암호화폐 산업계를 향해 계속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2024년 12월 5일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하자 “비트코인의 10만 달러 돌파를 축하한다. 비트코인 보유자와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암호화폐 산업에 종사하는 그의 차남, 에릭 트럼프도 12월 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암호화폐 수도가 될 것이다. 아버지 역시 이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국가 전략 비축 자산이란?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7월 27일 비트코인 컨퍼런스(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지칭한 ‘국가 전략 자산‘은 실제 개념과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유사한 용어로는 ‘전략적 국가 자산(Strategic National Stockpile, SNS)’이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나 대규모 재난을 대비해 관리하는 의약품과 의료 기기, 백신 등을 말하며, 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관리합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 전략 자산의 의미는 국가 경제 및 안보상 중요 자산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금이나 석유, 외환보유고 등이 있습니다. 이렇듯, 트럼프가 2024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언급한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은 기존에 있는 어떤 법률적 토대에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중요 자산, 즉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추가하겠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과 의도
트럼프가 2024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언급한 전체 발언을 보면,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자산에 대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는 먼저, 미국의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서 채굴 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형태의 미국 에너지를 활용할 것입니다. 저는 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 중 에너지와 전기 비용이 가장 낮은 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발아래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고의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채굴 비즈니스를 위해) 가족을 중국으로 이주시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개혁을 시행하면 (기업과 가족이) 중국으로 이주하지 않을 것이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며, 향후 미국 전체 경제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어 트럼프는 비트코인에 대해 말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의 최대 보유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거의 21만 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1%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정부는 모든 비트코인 보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는 원칙을 어겨왔습니다.”
이후 그는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취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전략적 국가 비트코인 비축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즉,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이 범죄단체 혹은 위법 단체로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으로 봐서는 미 정부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해당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정책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트럼프의 해당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소폭 하락했습니다.
신시아 루미스의 발언과 의도
신시아 루미스 연방 상원의원(와이오밍주)은 2024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트럼프에 이어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루미스 의원은 ‘트럼프의 선물’이라며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Bitcoin reserve bill)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트럼프의 친 비트코인 발언에 구체적인 계획을 더한 것입니다. 신시아 루미스 의원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비트코인 준비금을 통해, 미국은 5년 동안 전 세계 공급량의 5%인 비트코인 100만 개를 모을 것이며, 이를 최소 20년 동안 보유할 것입니다. 또 비트코인 준비금은 미국 부채 감축이라는 한 가지 목적에 사용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존칭으로서 대통령)이 방금 말했듯이 우리는 너무 많은 돈을 인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이 나라에 변혁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동안, 22개월 동안,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습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통해, 2045년까지 부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마이클 세일러가 말했듯이, 비트코인 준비금에 330만 달러를 넣으면 미국의 부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트코인 덕분에 빚이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어,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이미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이 준비금으로 사용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 마련을 위해 세금을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자금이 있습니다. 이 법안은 자산(비트코인) 몰수금을 이 준비금으로 이전하여,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할 뿐만 아니라 12개 연방준비은행의 초과 준비금을 5년 동안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매년 2% 이상 가치가 하락하도록 설계된 달러 대신, 역사상 매년 55%씩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해결책입니다. 이것이 바로 해답입니다.”
이 발언 이후, 루미스 상원의원은 2024년 7월 31일 해당 법안인 ‘2024 전국 최적화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및 경쟁력 촉진 법안(Boosting Innovation, Technology and Competitiveness through Optimized Investment Nationwide)’, 이른바 ‘비트코인(BITCOIN) 법안’을 단독 발의했습니다.
위 발언 당시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11월 5일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습니다.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과반수 이상 차지한 것이죠. 이에 대해 루미스 상원의원은 2024년 11월 6일 “우리는 이제 전략 준비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할 것”이라고 해당 법안을 재확인했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 추진 이유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및 연방 상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다, 주요 요직에 암호화폐 친화적인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400만 개를 모아 연방 준비금으로 활용하겠다던 로버트 F. 케너디 주니어는 이미 보건 복지부(HHS) 장관에 지명되는 등 트럼프의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J.D. 밴슨은 곧 부대통령 자리에 오릅니다.
한편, 다른 국가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을 민첩하게 수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블라드비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8월 8일 암호화폐 채굴 합법화 법안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이제 러시아에도 법인 및 개인 사업자들이 합법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주요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부채 문제 해결
미국은 심각한 부채 위기 상태입니다.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정부 부채 비중은 99%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이 비율이 35%였지만, 2014년 73%로 증가했고, 2020년 팬데믹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간 미국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계속 악화될 거라고 전망합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는 비트코인으로 이러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달러 지위 하락에 대한 방어
미국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또다른 이유는 국제 정세의 변화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미국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원유 거래를 하며 ‘페트러 달러’라는 미국 달러의 절대적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전세계 원유 거래의 100%를 미국 달러로 거래했지만, 2023년 JP모건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 거래의 5분의 1을 미국 달러 외의 통화로 거래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경제 블록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새로운 통화를 구축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갖추고 있고, 주변 국가들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금융 안보를 위한 대비
디지털 화폐는 더이상 환상 속의 재화가 아닌 실제 거래 가능한 화폐로서의 지위를 얻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과 국가가 이 시장에 직접 참여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 금이 금융 자본의 초석 역할을 한 것처럼 비트코인이 다음 시대의 금융 안보의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매입해 장기 보유함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과 전통 화폐의 불안정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비트코인 정책 연구소(BPI)는 2024년 10월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금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PI는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기, 자본 통제, 국가채무 불이행, 은행 파산, 금융 제재 등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했습니다. 이어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이 준비금으로 분류되는 한 비트코인 역시 준비금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미국과 상관 없이 여러 국가들이 화폐를 찍어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할 경우, 주변 국가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설립자도 2024년 11월 18일 엑스(옛 트위터)에 “국가들이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찍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전략적 비축 자산이다. 이 경쟁에 아무도 마지막에 있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이란
신시아 루미스 연방 상원의원은 2024년 7월 31일 ‘2024 전국 최적화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및 경쟁력 촉진 법안(BITCOIN)’을 은행, 주택 및 도시 문제 위원회(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에 단독 발의했습니다. 핵심 취지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아 미국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비트코인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트코인 100만 개 구매: 미국은 향후 5년 동안 비트코인 100만 개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매년 20만 개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부 장관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세부 구매 일정을 조정할 것이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입니다. 또 획득한 비트코인은 최소 20년 동안 보유할 것이며, 이후 2년 최대 10%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분기별로 비트코인 보유량을 공개할 것이며 독립적인 제3자가 해당 내용을 검증합니다.
- 재원 조달: 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일단 제시된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준이 금 증권의 장부가치(매입 가격)를 현재 시세로 재평가해 발생한 차액과 연준이 재무부에 송금하는 순이익에서 60억 달러를 더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는 것입니다.
- 비트코인의 안전한 보관: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미국 전역에 분산형 비트코인 금고를 설치하고 물리적 및 사이버 보안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법적 요구 사항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 시설은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와 협의해 진행합니다.
- 개인 금융 자유 보호: 이 법안은 개인의 비트코인 보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며, 국가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이 개인의 금융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의 비트코인을 압류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과 기업이 비트코인을 합법적으로 구매, 보유, 이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회장은 “이러한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고, 미국은 금과 석유, 곡물을 전략적으로 매입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자산 가치를 파악하고 싸게 매입해 보관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현재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아이디어 단계이지만 향후 더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고, 이는 21세기 최고의 거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법안 통과 없이도 전략적 자산화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데이비드 베일리 비트코인매거진 대표는 2024년 11월 15일 “미국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도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채택할 수 있다”며 “규모를 크게 하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보유량 규모 정도면 (의회 승인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며칠 뒤에는 “지금은 하이퍼비트코인 시대다. (전략적 준비자산에 대해) 미국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트코인 전략적 준비자산 기대 효과
비트코인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고, 전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삼는 연쇄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최근에는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폴란드 대통령 후보인 스와보미르 멘첸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관 투자자 및 개인 투자자에게 강력한 매수 충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자산 운용사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리서치 총괄 제임스 버터필은 “도널트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암호화폐 업계가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비트코인 법안(BITCOIN Act)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 비축 법안이 시행되면 금융기관과 정부기관에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비트코인의 가치가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코디 가르보네 디지털 체임버 최고정책책임자는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금과 비슷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금으로 포함시킴으로써 비트코인의 장기적 안정성이 확보되고 탈중앙화된 특성으로 인해 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 금융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략적 준비자산 실현 시, 비트코인 예상가격
일단 암호화폐 산업계는 미국의 비트코인의 전략적 준비 자산에 대한 실현 여부와 관계 없이 이러한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내러티브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하고, 여러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러시 디지털 대표는 2024년 11월 1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활용되면 최대 5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 다만 비트코인이 전략 자산으로 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 현행법 위반 여부
비트코인의 국가 전략 자산화는 미국의 현행법과 배치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국이 범죄자로부터 압수한 재산은 범죄 행위 억제와 처벌에 사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범무부에서 자금 몰수를 담당했던 전 연방 검사인 엘리자베스 보이슨은 2024년 8월 7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비트코인 준비금 비축 계획은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 몰수의 주요 목적은 불법 행위를 통해 사용되거나 취득된 재산을 범죄자에게서 박탈해 범죄 행위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비트코인의 미국 전략 자산화와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직 연방검사인 아만도 웍도 해당 보도에서 “몰수 자산은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별개로, 기존 전통 금융 기업과 세력들이 현행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의회 로비는 물론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암호화폐 보유 추정량
현재 미국이 압수한 암호화폐는 12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됩니다. 데이터 분석기업 아캄에 따르면, 대부분 2013년 폐쇄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실크로드를 비롯한 범죄 사건에서 압수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비트코인 총 공급량인 2100만 개의 약 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보유한 암호화폐는 다음과 같습니다.
- 비트코인 20만 3238개
- 이더리움 5만 224개
- 테더 1억 2170만 개
이밖에 중국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9만 개, 영국은 61만 개입니다. 한편 독일 정부는 2023년 6월부터 계속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있습니다. 정부 공식 성명에 따르면, 2023년 6월 19일부터 2024년 7월 12일 사이 비트코인 약 4만 9858개를 매도했습니다. 수익금은 약 26억 유로(약 3조 9200억원)에 달합니다. 독일의 자산 매각으로 비트코인은 6만 7000달러에서 6만 달러로 9.8% 하락한 바 있습니다.
국가 | 비트코인 추정 보유량 |
미국 | 20만 8109개 |
중국 | 19만 4867개 |
영국 | 6만 1000개 |
독일 | 3만 9826개 |
엘살바도르 | 5930개 |
부탄 | 1만 2568개 |
이밖에 불가리아도 범죄 압수물 등으로부터 비트코인이 21만 개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리아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의 부작용
미국 정부는 현재 비트코인을 20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국 중 하나입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국가 전략자산화를 위한 기본 재화를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미국 정부도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도해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비트코인 국가 자산화는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가치 훼손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 중 하나는 자산 자체가 탈중앙화되고 분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지정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통제가 노골화될 것입니다.
또, 미국 달러의 힘과 미국의 엄청난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연방 정부가 달러를 추가로 찍어내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마치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처럼요. 다시 돌아가, 비트코인은 대안 자산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존립 목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비트코인을 확보하기 위해 달러를 찍어낸다면 그 목적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데니스 켈러허 베러마켓츠(better markets) 대표는 “석유와 금은 전략적 목적이 있지만, 암호화폐는 15년 동안 시도했지만 사용 사례도 없고 정당한 사회적 용도도 없었다. 암호화폐의 유일한 합법적 용도는 도박과 투기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준비금 사용
미국 공화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강력한 목적 중 하나는 천문학적인 미국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중앙 집중화하고, 비트코인을 부채 상환에 사용해 비트코인의 가격 및 유동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달러처럼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직접 개입할 수 있죠.
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를 비롯해 비트코인의 큰손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미국 기업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미국 기업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에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밖에 현실적으로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인정하고, 개발해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디지털 보안 및 인프라 강화, 에너지 관리, 재정 정책, 금융 시스템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비트코인을 금과 같이 미국 재무부가 관리할지, 석유 비축과 유사하게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통제권을 가질지도 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인 DWS 그룹의 수석정치 전략가 프랭크 캘리는 2024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분석하고 파악해야 할 것이 많다”고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삼겠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부작용이 산재해 있고, 장기적인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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