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제공하는 페드워치(FedWatch) 자료에 따르면 1월 금리 동결 전망은 FOMC 며칠 전부터 꾸준히 97%를 상회했습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존 태도를 상당히 바꿔서 트럼프에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금리 동결 소식과 ‘당분간 급격한 금리 조정에 신중하겠다’는 연준의 입장에도 이번 FOMC 이후 비트코인이 2% 가량 추가 상승한데는 이 점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입장 바뀐 파월 “대통령 발언 논평, 적절치 않다”
FOMC는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 발표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 이후에는 항상 연준 의장이 공개석상에 나와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결정의 취지와 문서에 담기지 않은 맥락들을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자리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파월 의장이 어떻게 답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과 직접 대화할 계획”이라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 취임 직전까지 파월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이러한 대통령의 언행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습니다. 그는 “연준은 정치를 배제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당선자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 교체를 운운할 때는 “해임을 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하게 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이전까지와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우선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접촉이 없었으며, 대통령이 발언한 것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세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가치판단을 회피했습니다. 가령 고용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민 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노동 공급이 줄어들지만, 고용 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인플레이션 상승 자극 우려가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 정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독립성 사수 위한 일보 후퇴?
연준은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관입니다. 이전보다 한 발 후퇴한 듯한 파월 의장의 태도는 아마도 독립성 사수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된 힘센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연준 독립성 확보에 결코 좋지 않을 것입니다.
연준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용과 물가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기관이지, 구체적인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곳은 아닙니다. 파월 의장이 정부 정책의 적절성을 공개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도 그런 이유로 추정됩니다.
이는 트럼프 정부에서든, 바이든 정부에서든 정권 성향과 관계 없이 추구되어야 할 가치이기도 합니다. 과거 악연으로 인해 파월과 트럼프가 마찰을 빚을 거라고 예상하고 우려했던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연준이 언제 양적긴축(QT)을 중단할 것인가로 쏠려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을 지속할 것이며, 만기 50년 혹은 100년짜리 초장기 국채 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 국채들이 큰 부작용 없이 원활하게 소화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양적긴축 종료는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입니다. 파월 의장과 연준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 협력을 할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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