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 ‘암호화폐 대통령’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시작부터 아주 요란했죠. 지난 주 주간브리핑에서 잠시 소개했었지만, 그는 취임 이틀 전 자신의 공식 밈코인 TRUMP를 발행했습니다.
이주의 암호화폐 시장은 주초부터 온통 TRUMP 발행 여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선 TRUMP가 올라가 있는 솔라나 블록체인의 총예치자산(TVL)이 급증하면서 SOL 코인 가격이 개당 295달러까지 오르며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취임일을 몇 시간 남겨둔 시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밈코인 MELANIA가 출시와 동시에 시가총액 80억달러를 달성하며 시중 유동성을 강하게 흡수했습니다. 역대급 이벤트에 비트코인을 비롯해 여러 코인들의 변동성도 매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한 때 개당 80달러에 육박했었던 TRUMP 가격은 취임식 하루 지난 시점부터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5일 자정 기준으로는 30달러선까지, 발행 9일차인 27일 오전 2시 현재는 개당 28.7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TRUMP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면으로 보입니다. 그는 취임 후, 기자들에게 취임식 이틀 전 밈코인을 발행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밈코인이 흥하자 한 때 트럼프 가족들의 밈코인이 돌아가면서 출시됐지만 대부분 당사자와 상관이 없는 ‘사칭 코인’임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는 자신은 밈코인 IVANKA와 관련이 없다고 조심해서 투자하라고 공개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밈코인을 발행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해 법적 문제를 삼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증권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밈코인들과 트럼프, 멜라니아의 이해 상충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암호화폐 보안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TRUMP와 MELANIA 토큰의 94%가 40개의 지갑에 보관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대하던 ‘트럼프 행정명령’…시장 반응은 ‘시큰둥’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은 밈코인 TRUMP의 흥행을 제외한 부분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이 있었던 20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암호화폐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 행정명령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암호화폐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24일 새벽 있었던 다보스 포럼이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AI와 암호화폐의 세계 수도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고, 몇 시간 후 ‘디지털 금융 기술 관련 미국의 리더십 증진’이라는 제목의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을 공개했습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적인 골자는 앞으로 미국에서 합법적인 경우라면 암호화폐 사용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규제 명확성과 확실성을 제공해서 어떤 경우가 합법적인지를 명확하게 공표하겠다는 내용이 기본입니다.
법을 준수하는 모든 개인과 민간 기업에게 은행 서비스에 대한 공정하고 개방적인 접근을 보호하고 촉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비법적인 방법으로 암호화폐 확산을 방해했다는 디뱅킹 의혹을 샀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는 그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게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CBDC 출시와 발행, 유통, 사용을 모두 금지하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은 촉진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앞으로 지금과는 다른 결의 은행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행정명령의 취지와 목적은 위원회를 설치해서 구현하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립토 짜르’인 데이비드 색스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치해 앞으로 180일 이내에 규제 및 입법 제안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위원회는 국가 디지털자산 비축과 관련해서도 실행 방안 및 비축 기준 등을 제안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명령이 발표된 후,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암호화폐 업계로부터 악성 규제로 지적됐던 SAB121 가이드라인을 철회했습니다. SAB121은 암호화폐를 수탁하는 금융기관이 고객이 맡긴 코인을 자산이면서 동시에 부채로 집계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입니다. SAB121이 사라짐에 따라 월가의 전통 금융 기관들이 암호화폐 수탁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파월 VS 트럼프, 금리인하 놓고 ‘파워게임’ 시작되나
우여곡절 끝에 기다리던 행정명령이 나오긴 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와 관련해서 아주 명시적인 형태의 발언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보수적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미국 정부가 압수한 국가 디지털자산을 비축하는 정도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노골적으로 강력한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그는 “중동 국가들과 OPEC에 유가 하락을 요청하고, 유가가 내려가면 연준에 즉시 금리 인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식의 발언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현재 물가 추이나 고용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쉽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면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매파성 발언을 내놓으며 독립성 사수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30일(목) 새벽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FOMC에서 연준이 2025년 2차례의 금리인하를 예견한 만큼, 이번 달은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FOMC 금리 발표 이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한다면, 시장이 느끼는 불안함은 대번에 변동성으로 나타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는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비자, 마스터카드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실적 발표가 겹쳐 있어 기본적인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1일(금)에는 미 연준이 참고하는 물가로 알려진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가 발표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번 주 매크로 이슈들을 잘 넘어서 다시 전고점을 향해 상승할 수 있을까요. 이번 주도 독자 여러분들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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