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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W 2024 후기] 왜 탈중앙화는 컨퍼런스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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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Paul Kim

이번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4(KBW 2024)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암호화폐 행사 중 하나입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이 행사가 이렇게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영어권 국가도 아니고, B2C 비지니스가 이뤄지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후발주자니까요.

물론 크립토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달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구당 상당히 높은 단가의 크립토 투자를 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KBW 기간 때 주요 프로젝트의 CEO나 암호화폐 리더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소매 투자자 구매력이 높은 국가 행사에 더 많은 코인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외로 KBW는 시장적인 측면에서 다음 몇 달, 혹은 한 해 동안의 암호화폐 트렌드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KBW 2024, 크립토 유용성과 대중화 고민 늘었다

제가 이번 KBW에서 느꼈던 가장 큰 흐름은 사람들 사이에 유용성과 대중화에 대한 중요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암호화폐 업계가 이 두 가지를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죠. 다만 올해는 약간의 긴장감, 혹은 긴박감이 느껴집니다.

징후는 KBW 기간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 8월 27일에 디파이(Defi)에 대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갑작스러운 소신 발언을 했죠. 그는 탈중앙화와 거리가 먼, 중앙화 방식 스테이블코인인 USDC에 대해서도 “USDC가 RAI(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보다 덜 훌륭하지만, USDC가 매우 편리하고 많이 쓰인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까지도 탈중앙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점을 떠올려보면 그의 이같은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용함을 주는 탈중앙화 활용사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고, 글로벌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그의 발언에 강도높게 반발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발언은 최근 이더리움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더리움은 미국 시장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도입됐음에도 가격 상승이 더디고, 수수료 수입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었죠. 2016년 처음 세상에 나올 때보다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일반 대중들은 생활에서 이더리움을 여전히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디파이 이자농사와 밈코인 제작이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이더리움의 주요 용도입니다.

이더리움의 대중화를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기술이 필요할까요? 기술이 발전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이더리움을 쓰게 될까요? 저의 대답은 ‘아닐 것 같다’ 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비탈릭 부테린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번 KBW 기간 중 만났던 많은 크립토 인사들도 비슷한 감상을 전했습니다.

새로운 비전, 리브랜딩…유명 설립자들 입김 세졌다

방향이 틀렸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나서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번 KBW 2024 온라인 키노트에서 이더리움의 발전 방향으로 인공지능(AI)과의 시너지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대략 4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가령 AI를 이용해서 블록체인을 효율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고, 거꾸로 블록체인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서 안전한 AI를 만드는데 블록체인 업계가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이었지요. 이더리움은 올해까지 각종 레이어2와 AVS, 리스테이킹 프로젝트들을 온보딩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는데, 이더리움 창업자가 AI라는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셈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비탈릭의 좋은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의 본질이 일종의 중앙화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크립토에서 소비되는 담론처럼 중앙화라서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크립토와 세계를 둘러싼 환경이 더이상 탈중앙화를 할 만큼 여유롭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비탈릭 부테린의 말처럼 디파이가 줄어들고 인공지능과 뭔가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진다면 이더리움은 점점 더 비탈릭 부테린의 영향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KBW 기간에 메이커다오 창립자인 룬 크리스텐슨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메이커다오를 스카이(SKY)로 리브랜딩했죠. 그리고 자산 동결 기능이 있는 스테이블코인 USDS 도입을 제안하면서 커뮤니티의 비판을 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상상할 수 있나요? 메이커다오는 완벽한 탈중앙화 철학의 구현을 위해 재단까지 해체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그런 곳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자산 동결 코드를 넣겠다니요.

룬 크리스텐슨의 대답은 의외로 간명했습니다. 그는 “일반인들은 아무도 메이커다오(MKR)와 다이(DAI)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이름이 SKY인 이유도 간단합니다. 룬은 “쉽고 친숙하고 좋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종합하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진영은 ‘유용성’ 이라는 측면에서 지금 어느정도 벽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일부 프로젝트 설립자들은 이 상황을 파악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컨퍼런스 마이크를 잡고 ‘저희 이제부터는 탈중앙화 안해요’라고 말하지 않지만, 이미 탈중앙화보다는 유용성이 더욱 높은 가치로 자리잡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KBW 기간에 진행되는 수많은 이벤트의 제목을 훑어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술이 있는 클럽 파티도, 유명 레이어1이 진행하는 행사도, 소규모 해커톤도, 네트워크 목적의 소규모 파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죠. 과거 어떤 KBW보다 웹2 기업들과 레거시 금융(tradeFi) 관계자들, 규제(regulation) 전문가들의 이름이 많다는 것을요. 이들은 크립토가 기존 사회로 안착하기 위핸 여러가지 장치들에 대해 상당히 수준 높은 토론을 벌였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크립토는 이미 웹2 산업들이 선택적으로 발췌해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이제 그들과 사용자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자농사보다 더 유용한 유틸리티를 만들어야 해요.

나의 친구인 한국의 한 웹3 마케팅 기업 대표는 “비탈릭 부테린과 룬 크리스텐슨도 웹2 방식의 비지니스를 하고싶어 하는 것 같아”라며 “원래 소규모 금융 서비스를 한 번 성공시켜보면 대형 투자은행처럼 만들어보고 싶기 마련이지”라고 말했습니다.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다른 유명한 암호화폐 리더들은 하지 않을까요? 그들도 웹2 방식의 강력한 사업 진행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요?

탈중앙화, 대중화에 밀려 존재감 사라질까

앞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딱히 탈중앙화가 절대 훼손되면 안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중간 정도의 탈중앙화를 갖춘 프로젝트, 낮은 단계의 탈중앙화 정도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별 문제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다만 이 변화가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적응의 과정 위에 있는 것인지는 한 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것이 시대적인 변화라면 모두가 그 길을 따라가게 될테니까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완벽한 수준의 탈중앙화를 추구할 때와, 적당한 수준의 탈중앙화를 추구할 때는 감안해야 하는 비용의 수준 자체가 크게 달라집니다. 탈중앙화가 중요하지 않아진다면 다룰 수 있는 소재도 상당히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어쩌면 KBW 2024를 기점으로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서비스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암호화폐 트렌드라는 기차의 가장 앞 칸의 이야기입니다.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는 사이, 그 열차의 뒤쪽 편에서는 여전히 수천개의 밈코인 생성 파티가 이뤄질 것입니다. 언제나 변화는 단숨에 오지 않고 열차의 각 칸이 역에 도착하듯 연속적으로 진행되니까요. 즐거운 한주였습니다. 내년 KBW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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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일부 콘텐츠는 영어판 비인크립토 기사를 AI 번역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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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크립토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컨설팅 기업인 원더프레임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등 국내 언론사에서 12년 가량 기자로 일했고, 대학에서는 화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했습니다. 크립토와 AI, 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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