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가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3 MOEF-BOK-FSC-IMF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왜 중요한가 :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좀처럼 과격한 발언이 나오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의 수위는 다소 이례적입니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CBDC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에 의한 국내 CBDC 도입이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새로 알게된 것 : 이 총재는 “규제를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가치 측면에서 불안정하다”면서 “만일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며 자리를 잡을 경우 금융 시스템이 과연 안정적으로 움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크립토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충분히 디지털 지급수단의 자리를 잠식할 수 있으며, 그 경우 한국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 질서에 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셈입니다.
예상되는 논란 : 이 총재는 “만일 유사한 스테이블코인이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이런 콘셉트의 스테이블코인이 지난 8월 출시됐습니다. 바로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이 발행한 ‘페이팔 스테이블코인(PYUSD)’입니다. 페이팔을 필두로 이런 시도들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 한은은 지난 10월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기관용 CBDC를 발행해 운용해보는 2단계 CBDC 모의실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실험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실거래를 시켜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은이 생각하는 CBDC 도입 속도는 이미 다른 국가 대비 빠른 편이며, 이날 나온 한은 총재 발언을 감안할 때 그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시장에 주는 영향 : CBDC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의 가격과 아주 밀접한 연관성은 없습니다. 다만 아직 암호화폐 관련 법제가 미비한 한국의 법 체계가 CBDC 발행과 관련한 근거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결국 경제의 디지털화는 앞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 중 하나라는 취지에서 관련 법들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은 총재의 이러한 태도는 암호화폐 업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인물/용어
- 스테이블코인 : 코인 1개의 가치가 특정 법정화폐의 가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
- CBDC : 민간이 아니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며, 디지털 지급수단으로의 기능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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