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비트코인 채굴에 5억달러 쓴다"...블랙록과 BTC 장악력 놓고 싸울까?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코인 USDT의 발행사인 테더(Tether)가 향후 6개월 동안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 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간) 보도 했습니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자체 채굴 시설을 갖추고 다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병행하면서 비트코인 채굴 분야의 영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왜 중요한가 : 테더는 현재 크립토 업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올해 1분기에는 14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고, 2분기에는 영업 이익이 1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두 개 분기만 놓고 본다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테더는 이 초과 이익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채굴 사업에 투자하는 등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USDT 발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 알게 된 것 : 테더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이런 테더의 움직임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더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채굴업에 진출할 경우, 비트코인 채굴 중앙화 경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굴 정보 사이트인 멤풀 스페이스의 최근 1년간 비트코인 채굴풀 순위를 보면 상위 3개사인 파운드리 USA, 앤트풀, F2Pool이 채굴한 블록이 이미 66%를 넘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블랙록도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거론하는 방식으로 테더를 견제하는 눈치입니다. 블랙록은 SEC에 제출한 문서에서 “비트코인이 USDT나 USDC같은 스테이블코인에 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것이 위험 요소”라고 표현했습니다.

블랙록은 해당 문서에 “일각에서는 USDT를 비롯한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부적절하게 발행되어 비트코인 매수에 사용될 경우 비트코인에 대한 가짜 수요를 유발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적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블랙록 역시 채굴 기업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기업 공시 자료들을 보면 블랙록은 투자부문 자회사인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를 활용해 나스닥 상장 4대 채굴기업인 라이엇 블록체인, 마라톤 디지털, 사이퍼 마이닝, 테라울프 등의 2대 주주 자리를 선점해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트코인 채굴 파워를 놓고 블랙록과 테더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 주는 영향 : 대기업들의 채굴 경쟁은 대규모 ‘치킨 게임’의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채굴기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고, 중소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 업체는 연쇄 도산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해시레이트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기업들이 비트코인 채굴 분야에 진출하고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비트코인 가격에 당장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 중앙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