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친이란 성향 무장정파 하마스가 최근까지 암호화폐 계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모았다는 언론 보도가 화제가 됐습니다. 이 같은 보도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암호화폐가 자금을 은닉하고 세탁하는데 유용하다는 인식은 암호화폐가 널리 쓰일 수 없도록 만드는 요소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와 경제 시스템이 허용하지 않는 자금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가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지난 몇 년 동안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한 규제 방안을 내놓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 국제사회는 헛수고를 한 셈입니다. 암호화폐가 옳지 않은 목적에 쓰일 수 있으므로 한층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새로 알게 된 것: 10월 10일 WSJ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과 충돌한 팔레스타인이슬람지하드(PIJ)와 하마스는 2021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약 2년 동안 암호화폐로 1억 34000만달러(약 1817억원)를 수령했고, 내부 자금 운용에도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WSJ는 엘립틱(Elliptic)과 비트오케이(BitOK)라는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WSJ는 사흘이 지난 10월 13일 다시 엘립틱을 인용해, PIJ와 하마스가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PIJ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 국제 금융 시스템 접근을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가란텍스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제재한 거래소입니다. WSJ 보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가 제재를 뚫었다는 뜻입니다.
정반대 이야기: 암호화폐가 익명성과 탈중앙성 때문에 자금 은닉에 유용하다는 주장은 자주 등장하지만, 항상 반론이 제기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의 기록이 남기 때문에 오히려 투명하고,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에는 불리하다는 주장입니다.
2019년 이후 공개적으로 비트코인 후원금을 받아왔던 하마스도 지난 4월 “후원자의 안전을 위해서” 비트코인을 더 이상 기부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자, 지갑 주소 공개도 중단했습니다.
또한 해당 암호화폐 자금이 이번 공격에 직접 쓰인 것인지 특정하기는 힘듭니다. 심지어 그 자금이 모두 PIJ와 하마스의 수중으로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WSJ 보도 또한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논란: WSJ 보도 이후 미국 상원에서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월가의 저승사자’에서 ‘크립토 저승사자’로 변모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전통 금융권의 대출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초당적 합의가 이뤄져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업계는 바짝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하마스 및 PIJ로 지목받은 지갑이 동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PIJ,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 소유의 암호화폐 자산이라고 주장하며 바이낸스에 동결을 요청하고 몰수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도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적인 규제 강화 논의 가능성도 있으나, FATF 차원의 논의가 이미 이뤄진데다 주요국들이 전쟁에 휘말린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시장에 주는 영향: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규제가 더욱 강력해지면, 암호화폐 산업에는 많은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습니다. 자연히 가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세탁 효용성에 주목해 유입되는 검은 자금이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추가적 노력이 이뤄질 것이고, 산업에는 더욱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주요 인물/용어:
- 하마스: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로, 서구는 하마스 전체 또는 하마스 일부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인근 이스라엘 지역에 침입해 살해와 납치를 자행했다. 이란으로부터 자금, 무기 등을 지원받으며, 이스라엘을 몰아내는 것을 추구한다.
- AML/CFT: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테러자금조달금지(Counter-Financing Terrorism) 등을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회원국 정부에 암호화폐를 다루는 사업자들이 실명확인(KYC)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했습니다. FATF에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등 37개국이 가입했지만 미가입국가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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