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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기사 작위를? ‘조선엠파이어 코인’ 문(Mun)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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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Oihyun Kim

요약

  • 재미교포 사업가가 조선엠파이어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가상국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 프로젝트는 조선 왕실, 대한제국 황실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 실제 황손 또는 황실과 어떤 관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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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Joseon) 엠파이어라는 이름의 가상국가를 표방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미국 한인매체에 소개됐다.

미주중앙일보는 4월 19일(현지시각) 현지 사업가 앤드루 이가 LA시티칼리지에 세종대왕 동상 건립을 후원한 것과 관련한 인터뷰 기사를 전하면서, 그가 온라인 가상국가 ‘조선엠파이어’를 개설했으며 가상국가에서 쓰이게 될 코인을 곧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조선 왕실의 후손으로 가요 ‘비둘기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한 이석(82)씨가 연관된 것으로 보이며, 추가 설명 없이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조선엠파이어는 블록체인 가상국가”

앞서 지난 12일 동상 건립 소식을 전했던 같은 매체 기사를 보면, 앤드루 이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가상국가 ‘조선엠파이어’에 접속하는 사람은 ‘공민증’을 받고, 문코인을 활용해 온라인 비즈니스와 각종 계약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홈페이지(joseon.cloud)는 가상국가 ‘조선엠파이어’의 기업은 DAO 형태의 법인이며 토큰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한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등록과 분산화된 토큰 스왑에 사용될 자체 코인을 출시한다. 이 코인의 이름은 ‘문'(Mun)이라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백서에서는 ‘문’이 “블록체인 기반 조선의 법정화폐”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왕조·대한제국 계승”

이 프로젝트는 조선왕조 및 대한제국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홈페이지의 첫 화면은 경복궁에서 광화문 다음의 문인 흥례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흥례문’이라는 글자는 삭제돼있다.

출처: joseon.cloud

고종황제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본명 이해석) 황실문화재단 이사장도 인터뷰 등 상당한 분량으로 강조되고 있다. LA 세종대왕 동상 건립도 이석 이사장과 앤드루 이가 함께 추진한 사업이라고 미주중앙일보는 전했다.

프로젝트 백서 등을 담고있는 별도 홈페이지를 보면 “1392년에 설립된 조선 제국의 비영토 계승 국가”라고 하고 있다. 또 백서에서는 “더이상 한반도에 영토를 유지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조선은 사이버공간에서 재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왕족, 공작, 기사단 명단에 익숙한 이름이?

‘조선엠파이어’는 정부 각료도 임명돼 있다. 마크 카펠레스 전 마운트곡스 CEO가 기술장관,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의장이 재무장관,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이 국무차관을 맡는 등 유명인사들이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게시돼 있다. 다만, 이들이 해당 직함으로 활동한 기록은 인터넷 공개자료에서 찾을 수 없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연결된 황실가문 웹사이트를 보면 ‘조선엠파이어’ 왕족과 귀족의 명단도 나온다.

이석 이사장 부부와 앤드루 이이 부부는 왕족으로 소개돼있다. 위의 정부 각료는 모두 공작(Dukes)이다. 84명의 기사단(Knights) 목록에는 박찬호(Knight Chan Ho Park)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사진 등 다른 자료가 없어 유명 스포츠인과 동일한 인물인지는 확실치 않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의 가스통 브라운 총리의 이름도 기사단에 포함돼있다. ‘조선엠파이어’는 홈페이지에서 안티가바부다와 국교를 맺었다고 주장한다.

‘후계자’ 지명 했다는데, 뭘 이어받은 건지…

지난 2018년 10월 16일 ‘한국의 임페리얼 패밀리'(The Imperial Family of Korea)라는 이름의 단체 명의로 발송된 보도자료를 보면, 이석 이사장은 앤드루 이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

당시 소식을 전하는 언론 기사에는 이석 이사장과 앤드루 이가 서로가 친척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혈연 관계인지는 모호하다.

이석 부부와 앤드루 이 부부. 출처: PR Newswire

또 이석 이사장이 앤드루 이에게 넘겨준 후계자 지위도 명확하지 않다. 보도자료에서는 ‘한국의 임페리얼 패밀리'(Imperial Family of Korea)에 새로운 황태자(Crown Prince)가 생겼다고 나온다. 하지만 의친왕의 11번째 아들인 이석 이사장은 적어도 ‘대한제국 황태자’였던 적이 없으므로 앤드루 이에게 ‘대한제국 황태자’ 지위를 물려줄 수는 없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는 “(앤드루 이가) 황세손으로 즉위 예정자가 되었다”고 소개하지만 이것도 불분명하다. 조선왕실에서 ‘황세손’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사례는 단 1명,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아들 이구 뿐이다.

  • 영친왕은 황제가 되지 못했고, 그 아들 이구는 태어났을 때 이미 대한제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친왕은 ‘이왕(李王)’, 이구는 ‘이왕세자’로 각각 불렸다. 다만 명목 상 황실 후계자라는 의미에서 이구에게는 ‘황세손’이라는 애매한 호칭이 별도로 붙는다.

앤드루 이가 ‘한국 임페리얼 패밀리의 황태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어서 맡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앤드루 이는 포브스 기업인 자료에서 ‘임페리얼 패밀리‘라는 투자사의 회장이라고 소개된다. 다만, 이 회사가 이석 이사장과 어떤 관계인지는 불분명하다.

이석은 누구? 앤드루 이는?

이석 이사장은 ‘비둘기집’이라는 히트곡을 남긴 가수로, 이승만 정부 당시 황실 재산 국고 환수 이후 생활고를 겪었다고 주장해왔다. 생계를 위해 디제이로 일하다가 미군 부대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전주 한옥마을의 승광재에서 ‘황손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체험’을 맡아왔다.

앤드루 이는 인디애나주에서 나고자란 재미교포로, 대학을 중퇴한 뒤 인터넷 사업에 몰두했다. 프라이빗인터넷액세스(Private Internet Access)라는 VPN서비스 기업을 창업했고, 이를 기반으로 큰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앤드루 이는 2019년 프라이빗인터넷액세스를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에 9550만달러에 매각했다. 2020년 12월에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1260만달러를 주고 8헥타르 규모 저택을 구입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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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hyun Kim
비인크립토 한국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신문사에서 15년 가량 정치부·국제부 기자, 베이징 특파원 등으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을 역임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 전략 컨설턴트 등으로도 근무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을, 대학원에서 북한을 전공했으며, 기술이 바꿔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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