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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의 꼭짓점에 섰던 ‘반중 기업인’이 코인 사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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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Oihyun Kim

요약

  • 중국의 개발업 부호인 궈원구이가 미국 거주 도중 코인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 궈원구이는 중국에서 핍박받는다고 주장하며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고 '반중' 활동을 벌여왔다
  • 궈원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과 친밀하게 교류해왔다
  • 궈원구이는 히말라야라는 거래소와 스캠성 코인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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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거액의 코인 사기 등 혐의로 지난달 체포된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贵)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변호인단은 궈원구이가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청구했지만 미 연방검찰이 조목조목 반박한 상태다.

“미국 망명 신청중이라 못 떠난다” vs “여권이 11개”

궈원구이는 중국에서 부패 혐의를 받던 중 미국으로 건너와 중국공산당과 체제를 비판해왔다. 미국 망명까지 신청했다. 그러다 10억달러(1조3천억원) 규모의 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지난 3월 15일 자신이 살고있던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지난 4월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보석 심문에서 궈원구이의 변호인 측은 2500만달러(약 33억원)의 보석금을 제시하고 다음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 2017년 미국 망명 신청서는 여행 금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후 미국을 떠난 적이 없음
  • 미국을 떠나면 중국이 생명을 위협할 것임
  • 비현금 자산 1만달러 외 부동산, 차량 등 어떤 자산도 없음
  • 언론이 보도한 자산은 부인, 아들 명의이며, 가족이 월 10만달러 가량 생활비를 주고 있음
  • 2016년 이후 직업이 없는 상태임
  • 샘 뱅크먼프리드, 버니 메이도프, 엘리자베스 홈스 등 사기범도 보석 및 가택연금을 허락받았음
궈원구이
출처: 트위터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에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하며 궈원구이는 도주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 4년 이상 미국에서 대규모 사기극을 진행해왔음
  • 일반 투자자들의 돈으로 3700만달러짜리 요트, 5만피트 규모의 뉴저지 저택, 350만달러짜리 페라리 차량 등 사치품을 구매했음
  • 홍콩, 바누아투, UAE 등 최소 3개의 여권을 갖고 있으며, 최대 11개일 수도 있음
  • 궈원구이의 뉴저지 저택에서 현금 39만4천달러, 10만달러 어치의 금 및 외화가 발견됐고, 미국·영국·스위스(·카자흐스탄) 은행에 3500만달러를 숨겨놓은 것이 발각됐으나, 그는 재판 전에 이를 자발적으로 고지하지 않았음
  • 뉴욕의 거주지 3곳에서 핸드폰 29대, 컴퓨터 17대, USB 저장장치 43개와 도청방지 기기가 발견됐음
  • 궈원구이는 이 장비를 모두 사용했으며, 셸 컴퍼니와 중간거래인 등을 촘촘히 구성해 운영해왔음
  •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을 협박하고 있음

재판부는 이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이후 서면으로 결정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자수성가한 ‘중국 73위’의 거부

궈원구이는 1970년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났으며,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중국 기업인이다. 중학교 졸업 뒤 고등학교에 진학 않고 취직했으나 1989년 어느 사기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옥 뒤 일하게 된 가구공장을 토대로 미국 등 외국으로 진출하면서 홍콩의 자본가와 손을 잡았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허난성 정저우시의 유명 고층건물 등 부동산 사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0년대 말 베이징 사업을 시작한 궈원구이는 올림픽(2008년)을 앞두고 정비가 진행되던 베이징의 개발사업을 따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에 용머리 모양의 디자인으로 눈길을 잡는 판구다관 빌딩이 유명하다.

궈원구이가 주도한 건설사업으로 그의 사무실이 있었던 판구다관 건물은 용머리 모양의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용머리 모양이 잘려나갔다.

큰 부를 축적해 한때 중국 부호 73위에 이름을 올렸던 궈원구이는 줄곧 개발 이권 다툼의 한가운데 있었다. 경쟁자의 혼외 관계를 들춰내 사업을 따내는 승자일 때도 있었지만, 불법행위 용의선상에 올라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권력자들이 무마해준 일도 세 차례나 있었다. ‘권력 사냥꾼’이라는 별명처럼 뒷돈과 커넥션을 바탕으로 권력자들의 금고지기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게 세간의 관측이다.

궈원구이는 2014년 또다시 출국했지만, 이듬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이번엔 귀국하지 않았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의 강력한 부패 사정 캠페인 속에 궈원구이와 가까운 당·정부 고위 인사들이 실각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궈원구이를 중심으로 한 정경유착을 폭로하는 탐사 보도가 나왔고, 관영매체는 그의 사기, 자금세탁, 성폭행 혐의를 잇따라 보도했다. 중국이 신청한 인터폴 적색경보가 그를 향했다.

궈원구이는 미국에서 2017년부터 트위터와 유튜브를 열어 활동을 재개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는 모두 부인하고, 반대로 시진핑의 측근 왕치산 부주석 등 중국 최고권력자들의 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대표적인 게 왕치산에 대한 판빙빙 성상납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책사’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그만둔 뒤 궈원구이와 접점을 형성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궈원구이는 ‘반중’ 투사로 새로운 국제적 명성을 새로이 얻었다.

‘반중투사’, 미 대선에 깊이 개입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때 중요한 내부고발자로 대접하며 그의 말에 귀기울이던 영미권 주요 매체들이 2018년 들어 궈원구이의 주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별도로 입증하기가 어려운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2020년 궈원구이는 스티브 배넌과 함께 중국어 매체 GTV미디어 등 SNS 기반 매체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같은 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인 트럼프 선거운동을 벌였다. 조 바이든의 아들이 중국과 연계돼있으며, 바이든이 당선되면 중국공산당이 세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미확인 소문을 검증 없이 보도하는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궈원구이가 소유한 회사가 트럼프 지지 운동을 위해 지출한 선거자금만 50만달러(약 6.6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루디 줄리아니, 피터 나바로, 마이클 플린, 마이크 폼페이오 등과도 교류하며 트럼프 진영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선거전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사고가 터졌다. 배넌이 미-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해 모금한 돈 일부를 빼돌린 혐의(사기)로 체포됐다. 체포 장소는 궈원구이 소유의 호화요트였다. 궈원구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요트에서 GTV 생방송을 종종 내보내곤 했다.

스티브 배넌과 궈원구이가 푸른색 ‘신중국연방’ 깃발을 단 배를 타고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공산당을 쳐부수자”라며 주먹을 보이고 있다. 출처: 유튜브 캡처

궈원구이가 연방수사국(FBI)과 증권거래위원회(SEC), 뉴욕연방검찰의 조사대상에 오른 것도 같은 시기였다. 배넌과 함께 매체 출범을 위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모은 것이 탈이 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투자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증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1년 뒤인 2021년 9월 궈원구이의 매체 3곳은 투자금 4억8천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35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걸로 조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 트럼프는 낙선했고,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다.

반중공 망명정부의 거점 히말라야 거래소?

궈원구이가 크립토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때쯤이었다. 히말라야(himalaya.exchange)라는 거래소를 만들고 히말라야코인(HCoin)을 상장시켰다.

히말라야코인 백서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통화”라는 타이틀을 앞세우지만, 궈원구이는 투자자들에게 ‘신중국연방’이 탄생하는 날 중국 인민폐를 대체할 화폐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자신과 배넌이 2020년 6월 주창한 망명정부가 본토에서 집권하는 상황을 상정한 표현이다.

중국에서 탈출해 미국과 호주 등에 거주하던 반체제 인사들은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일종의 ‘혁명자금’으로 여겼고, 희망으로 삼았다. ‘HCoin to the Moon”이라는 홍보 영상을 보면 새로운 중국의 주인공은 의심할 여지없이 궈원구이였다.

하지만 호주 ABC는 지난해 4월 방송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이 프로젝트가 스캠이라고 판단했다.

  • 거래소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나타나있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영국령버진아일랜드 등의 기업이 얽히고설켜 있음
  • 궈원구이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있지 않음
  • HCoin은 히말라야거래소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 XRP를 능가하는 세계 10대 암호화폐라는 터무니없는 소개를 하고 있음
  • 서틱(Certik)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서틱은 부인함

ABC 보도를 보면, 일부 투자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미심쩍다고 여겼지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은 즉시 단톡방 등에서 ‘중국공산당 첩자’라는 비판을 듣고 계정 중단 조치를 당했다. 히말라야 거래소 및 프로젝트 스스로도 “중국공산당 및 그로부터 지원받는 개인과 조직의 악의적인 공격을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궈원구이가 오프라인에서 취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그는 자신의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으면, 같은 중국 망명객이라 할지라도 지지자들을 동원해 그 사람 집 주변에서 시위를 하며 ‘중공 첩자’라 비난하곤 했다.

미 연방검찰은 3월 15일 궈원구이를 체포하면서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3가지는 그가 설립한 매체와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1가지는 히말라야코인과 관련된 것이었다. 요컨대, 매체 사업과 히말라야코인으로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돈을 흥청망청 유용한 혐의다.

오히려 중국 스파이일 수도?

옥중에 갇혔음에도 궈원구이는 여전히 화제의 인물이다. 오는 6월 추진하겠다고 한 ‘미접종 정액’, ‘미접종 난자’ 경매가 어떻게 될지도 추측이 난무한다. 궈원구이는 코로나19 기간 내내 ‘백신이 대규모 불임을 초래할 것’, ‘백신은 바이오무기’ 등 백신 음모론을 설파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정액 수백만 샘플과 난자 6000개를 확보했다던 궈원구이는 현재 “미접종 정액은 다음 세대 비트코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경매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캡처

그에 관해서는 여전히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궈원구이가 표면적인 발언이나 행동과 달리 중국공산당의 요원으로 활동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인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미국 정치의 핵심에 자리를 잡는데 성공한 스파이라는 관측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센트럴파크가 내려보이는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18층에 살던 중 체포됐는데, 체포 직후 FBI 요원들이 집안을 수색하는 사이 원격조종장치에 의한 발화로 화재가 발생했다. 어떤 장치가 쓰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고풍스런 가구가 채워졌던 궈원구이의 서재는 주인이 감옥에 갇히던 날 싸그리 전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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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hyun Kim
비인크립토 한국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신문사에서 15년 가량 정치부·국제부 기자, 베이징 특파원 등으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을 역임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 전략 컨설턴트 등으로도 근무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을, 대학원에서 북한을 전공했으며, 기술이 바꿔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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