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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믹서 단속이 프라이버시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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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Adams

요약

  • 법 집행기관은 범죄자가 디지털 자산 세탁에 암호화폐 믹서를 사용한다는 데 주목한다
  • 하지만 이러한 단속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믹서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국가의 법 집행을 돕기 위해 개인이 프라이버시 도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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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자산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믹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법 집행기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과연 프라이버시의 경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

암호화폐 믹서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러 차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북한 해커가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밧드(Sinbad.io) 믹서는 와이어드(WIRED) 프로필까지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암호화폐 믹서란 무엇일까?

암호화폐 텀블러라고도 불리는 암호화폐 믹서는 암호화폐 거래의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높여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사용자의 암호화 자산을 다른 사용자의 것과 믹스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믹스한 자금 풀을 생성한 뒤 본래 소유자에게 돌려준다. 이렇게 하면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다. 자금을 소량씩 나눠 여러 주소를 통해 송금함으로써 거래 내역을 모호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암호화폐 믹서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개인은 자금 세탁이나 다크웹을 통한 불법 상품 구매 등 불법 활동에 사용하기도 한다. 암호화폐 믹서를 활용하면 법 집행기관의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로폴, 칩믹서에서 4600만달러 어치 비트코인 1909개 압수

이처럼 불법 활동과의 연관성 탓에 암호화폐 믹서는 종종 법 집행기관의 주요 표적이 된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주 칩믹서(ChipMixer)에 대한 단속이 대표적이다.

유로폴(Europol)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규제 당국은 2017년부터 운영된 총 4개의 칩믹서 서버에서 46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BTC) 1909개와 7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압수했다. 제플린, 선크립트, 맘바, 다르마, 락빗 같은 랜섬웨어 공격자들이 자금 세탁에 이 서비스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칩믹서는 38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15만2000개를 세탁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은 다크웹 시장, 랜섬웨어, 불법 상품 밀매, 아동 착취 자료, 암호화폐 도난 등과 연결돼 있다. 이들 모두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할 심각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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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페 믹서는 현금이 제공하는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출처: Pew Research

그러나 이 대목에서 윤리적 문제 하나가 발생한다. 과연 암호화폐와 관련된 프라이버시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자신들은 기본적으로 현금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추구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빼앗긴 프라이버시를 이제야 조금씩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물리적 현금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미만이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1%는 일상 거래에서 거의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억압적인 정부로부터 신원과 자금을 숨기는 데 암호화폐 믹서가 유용하다는 것이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암호화폐 믹서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제1 레이어 업체 아이언 피쉬(Iron Fish) 창업자 겸 CEO 엘레나 나돌린스키는 “현재로서는 금융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다른 대안이 없어 암호화폐 믹서를 사용하는 합법적 사용자가 많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금융 세계에서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친구에게 돈을 건네고, 커피를 사고, 월급을 받을 때처럼 말이다. 요컨대, 무엇을 사고, 얼마를 버는지, 언제 여행을 가는지 등 모든 금융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거래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암호화폐는 기본 설계상 금융 및 개인정보가 완전히 투명하게 드러난다. 프라이버시를 지켜냄으로써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건강한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이다.”

웹3용 탈중앙화 KYC 플랫폼 아스트라 프로토콜(Astra Protocol)의 사키브 와심 최고기술책임자는 “믹서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토네이도 캐시 문제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법 집행기관과 규제 당국은 각종 범죄나 불법 활동 은폐에 이러한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이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합의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각종 범죄와 불법 활동에 믹서가 활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전 세계 규제 당국이 동의하고 있다. 이런 행태가 암호화폐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 역시 업계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각종 분석 플랫폼은 이미 어떤 지갑이 믹서에 연결돼 있는지 알려주며, 이를 통해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한 추적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의 여러 장점 중 하나다.”

중간 지대?

와심은 신밧드 같은 사례가 규정 준수 인프라에 관한 대대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한다.

“현대화된 규제 인프라를 암호화폐 플랫폼에 적용함으로써 이 산업에 대한 개인과 기관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정직한 플랫폼 경제에 불법 금융이 침투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초기 사용자를 불법 금융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들의 자금이 불법 금융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는 업계를 대표하는 암호화폐 믹서다. 미국 재무부는 악의적 행위자들이 7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화폐를 세탁하는 데 이것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이 금액에는 북한 배후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 연관된 5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프라이버시 풀(Privacy Pools) 같은 다른 암호화폐 믹서는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 각종 규제를 준수한다고 내세우며 당국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프라이버시 풀 사용자는 어떤 예금자와 연결되고 싶지 않은지 표시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활용하면 범죄자의 믹서 사용은 제한될 것이라고 프라이버시 풀 개발자는 언급한다.

끝으로 나돌린스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암호화폐와 상관없는 세계라고 가정해보자. 법 집행기관의 범인 검거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신용카드를 포함한 은행 계좌, 핀테크 결제 등 당신의 모든 금융 활동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과연 거기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모두 포기하고 법 집행기관 대신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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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yeong Choi
비인크립토에서 한영 기사 번역을 맡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등 블록체인 매체에서 프리랜스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돈의 패턴』, 『두려움 없는 조직』, 『오늘부터 팀장입니다』 등 약 30권의 책을 번역했습니다. 한국외대 학부에서 이란어를, 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전공했습니다. 블록체인이 바꿔 나갈 미래를 꿈꾸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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