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0.25%p 인상했다. 금리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2만8800달러까지 반등했지만,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금리인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자 2만66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23일(한국시각) 오전 7시 현재 BTC 가격은 2만75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인상으로 연준은 9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미 연방기금 금리는 4.75%에서 5%로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인상 근거는 이번에도 물가인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물가상승률은 높고, 노동시장은 극단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불거진 은행발 금융위기 여파로)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긴 했지만 금리를 동결하기엔 물가 압력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다른 연준 위원들의 생각 변화도 크지 않았다. 지난 12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기준금리 중간값은 5.125%로 동일하고 2024년 중간값은 4.125%에서 4.250%로 0.125%p 상승했다.
“미 은행 리스크, 물가 상승 둔화 만들지도”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견조하고 충분한 회복력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와 연준이 잘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사태로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은행 리스크로 인해 (대출 시장의) 신용 여건이 위축될 것”이라며 “이것은 연준의 긴축 정책과 유사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쇄적인 은행 파산이 다른 은행들에게 스트레스를 야기해 고객 대출이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미국의 물가 상승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는 서비스 부문의 상승력이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은행 사태로 이 부문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아울러 “상품 부문의 상승 둔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고, 주택 부문 상승 둔화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차대조표 규모 증가,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없어”
연준은 이날 올해 GDP 성장률 중간값을 기존 0.5%에서 0.4% 성장으로 조정했다. 지난 1월에 비해 경기 침체 위험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은행 사태 등의 여파로 연준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물가 상승세가 줄어든다면 연준은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금리 인하라는 정책 조절 카드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한 취재진이 ‘긴축 강도가 약해진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수 있느냐’라고 묻자 “올해 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이 발언을 기점으로 주식시장, 비트코인 등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발언들을 종합하면 연준은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 애초 0.5%p 이상의 금리 인상을 고려했지만 미국 은행 파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0.25%p 인상으로 선회한 셈이다. 부득이하게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폭이 작아지고 성명서에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할 것(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이라는 문구가 삭제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따라 필요할 경우 물가를 잡겠다는 태도에 큰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은행 지원책 등으로 연준 대차대조표 규모가 늘어난 것에 대해 시장이 우회적인 양적완화(QE)로 해석하는 점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유동성 공급으로 대차대조표가 증가하긴 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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