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일주일동안 30% 가까이 상승하며 2만9000달러선을 넘보고 있다. 높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상승의 속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진짜 상승’일까.
20일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카이토(Kaito)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상승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래량 등 부문에서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 유동성은 부족한 상태다.
카이토는 최근 상승장이 가열차게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거래량이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의 경우 글로벌 18개 주요 중앙화거래소의 비트코인 일 거래량은 510억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연초에 펼쳐졌던 상승장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다. 해당 시기에는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났다면, 3월 중순부터는 실제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상승의 핵심은 역시 비트코인이었다. 지난 3월 12일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31% 상승했지만, 시가총액 2위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은 18% 상승에 그쳤다. 이렇게 시가총액이 훨씬 큰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이더리움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매 수단은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이 78%로 압도적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법정화폐 기반 구매에서 최근 원화의 비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암호화폐 구매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는 미국의 달러화(47%)였고 원화는 39%로 2위를 차지했다. 원화의 비율은 특히 최근 1주일 상승 시기에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토는 이번 상승을 통해 거래량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유동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버게이트 은행 파산 이후 중앙화 거래소의 ‘비트코인-달러’, ‘비트코인-테더(USDT)’ 거래쌍의 시장 깊이(market depth)는 지난 10개월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깊이란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다수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유동성 가뭄은 어느 시기에 이뤄지는 거래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명확했다. 카이토는 주말에 이뤄지는 암호화폐 거래의 경우 거래량이 평일 대비 33%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간 자금 흐름을 지원해주던 실버게이트의 SEN 네트워크, 시그니처 은행의 시그넷 같은 실시간 결제 창구들이 사라지면서 향후 주말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 더 상승할 수 있을까.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지원책이 쏟아지면서 미국 연준의 총 자산이 크게 증가했고, 이는 암호화폐 대세 상승장으로 이어진 바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은행들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1주일만에 연준의 총 자산이 다시 2970억달러(약 387조5000억달러)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가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이토는 리서치를 통해 “은행 위기로 소비가 빠르게 위축될 것이고 미국의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금리 기대치가 급격히 재조정됐고 빠르면 오는 6월에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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