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의 변호인단이 소송을 내어 자회사인 FTX 디지털마켓(DM)이 FTX트레이딩의 자산을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FTX DM이 전 FTX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고객 자금을 이체한 사기 자금의 피난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FTX 디지털마켓은 채권자 권리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변호인단은 FTX트레이딩이 파산 신청을 하기 직전인 2022년 11월 10일 FTX DM이 바하마 규제 당국에 의한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암호화폐, 지적 재산권, FTX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FTX DM은 고객 대 고객 거래를 위한 제한된 ‘매치메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운영기간도 아주 짧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산인들은 이전에 FTX DM을 ‘FTX 그룹의 중심’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같은 논쟁은 청산인이 FTX 파산 사건을 미국에서 바하마로 옮기려고 시도하면서 대두된 상태다.
FTX 변호인단은 FTX DM이 채무자가 아니라며, FTX 트레이딩의 재산에 대한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또 SBF가 바하마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악용하여 FTX 고객 자금 1억4300만달러를 FTX닷컴과 알라메다리서치로부터 FTX DM으로 이전하여 FTX 직원들의 배를 불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파산 법원 재판부가 FTX DM으로 이전한 모든 것이 사기 성격이며, FTX DM이 FTX의 지적 재산, 고객 정보, 암호화폐 또는 법정화폐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판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닷컴을 포함한 FTX 그룹은 2022년 11월 11일 파산 신청을 했으며, 파산 소송은 현재 델라웨어주에서 진행 중이다.
바하마 규제 당국은 SBF 영향권
법원 서류에 따르면 SBF는 바하마 규제 당국과 ‘우호적인'(accommodating) 관계를 맺어왔다. 이러한 규제 기관에는 바하마 증권위원회, 법무장관, 바하마 총리까지 포함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2년 11월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가 FTX의 글로벌 본사를 착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이비스는 2022년 4월 총리실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FTX가 바하마에 왔다는 것은 바하마가 암호화폐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위한 본거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하마는 세계 최초로 전국 규모의 디지털 통화(샌드달러)를 발행한 나라이기도 하다.
카리브해 금융 서비스 및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가인 브루스 자가리스는 “FTX는 바하마가 디지털 자산 및 등록 거래소법(DARE)을 적용하지 않기를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WSJ는 바하마가 FTX를 이용해 이 법을 정당화시켰다고 전했다.
SBF, 미국 규제 당국도 손아귀에?
SBF는 미국에서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SBF는 FDIC 의장의 호감을 사기 위해 직접 나서 FTX는 ‘탁월한'(superior) 거래소라며 FTX의 위기 관리 체계를 선보였다고 워싱턴 이그재미너가 최근 보도했다.
현재 SBF는 미국에서 자금 세탁, 보이스피싱, 선거자금법 위반 등 12건의 형사 고발을 당한 상태다.
시민단체 공중신뢰보호(Protect the Public’s Trust)의 마이클 챔벌린은 “FTX의 급격한 붕괴가 아니었다면 현재 기소당한 사람들이 자신과 경쟁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주도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중신뢰보호는 SBF의 이메일에 대한 정부 기관의 신속한 대응이 그가 미국 규제 당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12월 SBF가 당시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댄 버코위츠에게 호화로운 식사를 대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버코위츠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임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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