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관련해, 미 연방정부는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지난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형은행 경영진과 소유주, 투자자 등이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며 “이후 그 부분에 대한 개혁들이 이뤄졌고, 그것은 우리가 다시 구제금융을 하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스타트업의 주요한 자금줄로 꼽히던 SVB는 지난 11일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 영국을 포함해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 9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총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한다. 지금은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FDI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SVB의 출금을 금지시켰다.
예금한 돈 되찾을 수 있나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과연 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그 돈을 무사히 가져갈수 있느냐다. 통상 FDIC의 예금자 보호 보험에 가입하면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는 무조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 SVB에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이 1515억달러(약 200조4000억원) 정도 있다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예금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금자들은 자신의 돈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원금 회수의 공포에 휩싸여 은행 문 앞에 줄을 서는 ‘뱅크런(bank run)’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며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SVB를 향한 미국 정부의 계획
옐런의 발언으로 미루어 SVB는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광범위한 금융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중요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SVB 몰락이 가져올 파장을 측정하면서 인수 업체를 찾는 등 SVB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10일 현재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를 인수할 은행을 물색 중이다.
이에 관해 옐런 장관은 “인수 방안 등 SVB 사태 해결을 위해 FDIC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SVB 붕괴로 10만 개 일자리 위험
Y 컴비네이터(Y Combinator) 개리 탄 CEO는 “SVB 붕괴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에 탄은 각종 스타트업 CEO와 설립자에게 옐런 장관 및 기타 규제당국에 보내는 청원서에 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청원서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지만, SVB 사태로 영향을 받은 스타트업이 적절하게 보호되도록 보장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은행 지분 보유자나 경영진을 위한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게 아니다. 미국 경제 혁신의 주축인 스타트업 구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현재 40만 이상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CEO 5000명 이상이 청원서에 서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피해를 본 여러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을 단행한 바 있다. 일부 분석가는 “SVB 외에 다른 은행이 비슷한 압력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8년 당시와 유사한 구제금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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