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블록체인 게이밍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Play to Earn(P2E)’ 게임이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한 P2E 섹터의 성공은 여러가지 블록체인 트렌드가 융합되면서 촉발됐다. 2020년대 초, 암호화폐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주류가 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전에 와일드 웨스트(wild west, 미국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처럼 느껴졌던 곳으로 하나 둘 뛰어들었다. 때마침 부상한 대체불가토큰(NFT)은 P2E 공간에 새로운 방향으로 수익 및 수집 가능성을 추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다.
여기에 디파이가 연결되면서 유용성이 눈처럼 불어났다. 사람들은 게임 안에서 쓰던 화폐와 아이템을 게임 바깥에서 거래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최근 기준으로 보면, P2E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그다지 좋지 않다.
‘잘 나가는’ 작품으로 손꼽히던 블록체인 게임 중 일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오랫동안 세계 최대 인기를 누렸던 P2E 타이틀인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그 중 하나다. P2E 게임 통계자료 제공 사이트인 액티브플레이어(ActivePlayer.io)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액시 인피니티 플레이어 숫자는 43만명에 그쳤다. 2020년 10월 이후 최악의 수치였다. 게임에서 통용되는 자체 토큰의 가격 또한 곤두박질쳤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0년 8월과 비교하면 약 93%의 하락이었다.
출처: Axie Infinity
‘P2E, 폰지노믹스처럼 보여’ 비판가들 쓴소리
이 공간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많은 P2E 플레이어들이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짭짤한 수익률의 가능성이 사라지면 플레이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P2E 게임의 재미는 수익에 대한 가능성에서 온다. 그리고 수익성을 잃은 게임은 곧 사장된다.
세계 최초의 웹3 LAN 게임 대회인 W3E의 팀 리더 데이미안 바틀렛(Damian Bartlett)은 우수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웹2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게임 말이다. 그는 말한다.
“다른 많은 플레이어들이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재미있는 게임, 다른 하나는 그 게임에서 우리가 우리의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P2E는 투기적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게임 자체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로 만들어진 많은 게임들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각종 제안 투표는 플레이어가 아닌 몇몇 고래들(암호화폐 대형 보유자들)의 입김에 좌우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이 반복된다.”
그는 “좋은 웹3 게임은 사람들이 자산에 관계없이 단순히 플레이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만약 여기에 ‘자산’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도입된다면, 그것은 모든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불안정한 게임 통화라는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산업의 치명적인 결점은 포맷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사실상 다수의 P2E 타이틀이 화려하고 잠깐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폰지 사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폰지 사기는 투자자에게 일단 고수익을 약속해서 투자를 유도하고,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 사기 수법은 사업자가 충분한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거나 너무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때 붕괴된다)
지속 가능한 모델을 원하는 업계
프랭크 마(Frank Ma) 울티버스(Ultiverse)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포맷이 애초부터 실패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이 시스템은 정당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지속적인 신규 투자자 모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떤 종류의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들의 기여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한다. 즉, 초기 투자자들의 이익이 뒤늦게 들어오는 신규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나오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따라서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으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말한다.
마 CEO는 이 산업이 P2E를 넘어 계속 성장하려면 몇 가지 분명한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그 중 하나다. 현재는 웹3나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한 ‘전통적인’ 게이머들이 부족하다. 있다 하더라도 이 기술의 이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는 “게임 내 아이템이나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웹3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하는 게이머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게임 내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은 게이머들에게 웹3의 장점을 인식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급한 유저 인터페이스(UI)의 개선
또 다른 하나는 유저 인터페이스(UI) 개선 문제다. 이 문제는 너무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많은 웹3 게임들이 모험심 많은 신규 게이머들의 정을 떨어뜨리는 가파른 학습 곡선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 CEO는 웹3 게임 제작자들이 좀 더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웹3 게임 제작자들은 독립형 웹3 게임을 만드는 것 보다는 기존 IP(저작권)를 활용해서 웹2 스튜디오와 협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많은 P2E 게임의 근본적인 약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웹3를 잘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일단 게임을 해 본 사람 대부분은 소비자를 배려해주지 않는 P2E 게임 특유의 무방비식 시스템에 지쳐 있다.
웹3 게이머들이 게임 자체의 결함에 대해 알게 되면서 폰지와 같은 P2E 모델은 매력을 잃었다. 차후에 이 모델이 결국 붕괴한다면 게임 투자자들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은 계속 성장하는 중
2022년은 분명 지금까지 웹3 역사에서 최악의 해였다. 소수의 인물들이 빚어낸 악의적인 행위와 그에 따른 시장 붕괴로 산업의 많은 부분이 후퇴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블록체인 게임 분야는 최악의 비판을 대부분 피해갔다. 여전히 이 분야는 무시할 수 없는 사용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조사 분석업체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은 블록체인 온체인 활동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에도 유지될까. 글쎄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웹3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 역량이 있을까?’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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