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기준, 국내 상장사 중 총 37개사가 외부로부터 4047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비중은 12.2%였으며, 국내 발행 주요 가상자산인 마블엑스(MBX), 클레이(KLAY), 위믹스(WEMIX)가 전체 투자분의 70.9%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한국 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기준원과 함께 개최한 가상자산 회계·감사·감독 공동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 상장회사들이 해외 자회사 등을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발행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관련해서는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지 않으니 관련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어떻게 하면 회계라는 방식을 통해서 가상자산 취급 기업을 감사하거나 적절하게 감독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금감원은 주석 공시에 주목했다. 곧, 재무상태표 등 명세 외 별도 항목으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금감원 측은 ‘분산원장 기술 또는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고 암호화되며 전자적으로 이전 또는 저장될 수 있는 디지털화한 가치나 권리’를 모두 기업의 주석공시 대상이라고 봤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당연히 포함되며, 스테이블코인도 이 정의를 충족한다면 주석공시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개발사가 발행량, 유통량, 보유량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토큰 매각량, 매각 이익, 상장된 거래소 정보 등 세부 정보까지 모두 주석공시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 의무는 가상자산 개발사만 지는 것이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해주는 거래소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수량, 시장 가치, 장부 금액 등을 기본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객이 거래소에 맡겨 놓은 가상자산의 암호키 정보가 파괴, 망실, 도난되는 경우 거래소 재무 상태에 어떤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지 까지 주석공시가 필요한 사항으로 봤다.
금감원 “간담회·TF 등 논의 거쳐 금융위와 공시안 확정”
금감원은 추후 가상자산 회계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주석공시 안과 관련한 의제를 발굴하고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종적으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주석공시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금감원의 활동이 아주 빠른 시일 내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적으로 적용할 회계 기준이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의 암호화폐 기준은 다소 미흡한 상태다. 암호화폐 보유자에 대해서 그 보유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는 기준 정도가 나와 있을 뿐,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손을 댈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특히 암호화폐 발행과 관련해 어떤 회계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령 미국에서 증권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국내에서 회계상 금융자산이나 공동 약정으로 분류할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아직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 한국회계기준원은 “미국 증권법상 증권의 정의는 기업회계기준서상 금융 자산이나 공동 약정의 정의와 동일하지 않다”며 “무조건 그렇게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 발행자와 보유자 간 권리, 의무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보유 기업은 내부통제 경험과 역량 있어야”
최근 바이낸스 준비금 증명(PoR) 관련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크립토 기업의 회계 감사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크립토 기업의 회계 감사는 업계에서 기피 대상이다. 소재지가 불명확해 외부 회계 기업의 감사를 받기 어려운 바이낸스는 물론, 비교적 많은 규제에 노출되어 있는 국내 거래소들도 외부 회계 기업의 감사를 받으면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이 기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날 세미나에서 황근식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기준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회계 법인 감사를 받기에 앞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사항에 대해 조언했다. 황 팀장은 암호화폐 특성상 회계 기업들이 회계 처리를 잘 했는지 적정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자산의 경우에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누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사안을 회계 기업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블록체인의 익명성 때문에 실제 그 회사가 장부에 적혀진 만큼의 토큰이나 코인을 소유하고 있는지, 그 자산들을 100% 배타적인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암호화폐를 보유한 상태에서 회계 기업 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거기에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 팀장은 “(암호화폐 보유 기업의) 경영진이 관련 내부 통제를 실행할 만큼 충분한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암호화폐와 관련한 적합한 거래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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