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에 없었던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새롭게 도입하자는 내용의 법인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국외 거래소로 빠져나갔던 자금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공동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 토론회’를 열고, 각자가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의 시장 및 산업에 관한 법률안’과 ‘디지털자산 시장통합법안’의 핵심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두 법안 모두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편입해 현물 ETF와 디지털자산 기반 파생상품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Sponsored박상혁안, 현물 ETF·장내 파생상품에 법적 근거 마련 내용
박상혁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의 시장 및 산업에 관한 법률안’은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간주해, 현물 ETF를 통한 간접투자를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 금융당국 해석상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이 될 수 없어 현물 ETF와 파생상품 출시가 사실상 차단돼 있었는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 기반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해 가격 변동 위험을 분산·헤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에서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제도권 안에서 취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현재는 관련 상품이 허용되지 않아, 레버리지 투자 수요 상당 부분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 있는 상황입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디지털자산업을 매매업·교환업·보관 및 관리업 등으로 세분화하고, 인가·등록제 도입을 통해 업종별 진입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백서 작성과 공시 의무를 부과해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운영에 대한 특례 규정도 신설하는 등 기본법 성격의 골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법안은 디지털자산 주문 접수·집행업, 모집주선업, 자문업, 일임업 등을 새로운 사업 유형으로 정의하고, 기관·법인 고객을 상대로 한 전담 중개업(프라임 브로커리지) 제도를 도입해 전문 투자자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장치도 담고 있습니다. 김계정 김앤장 변호사는 “산업적 관점이 부족했던 현행 규율 체계를 보완해 디지털자산시장을 자본시장 수준의 신뢰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육성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Sponsored김재섭안, 디지털자산 전 영역 포괄…파생상품 특례 분리 규정
김재섭 의원이 제시한 ‘디지털자산 시장통합법안’은 이름 그대로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을 한 법률 안에서 포괄 규율하는 기본법 콘셉트입니다. 디지털자산의 개념 정의부터 사업자 인가·등록 제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기준, 이용자 자산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규제까지 자본시장법 체계와 유사한 장치를 대거 차용했습니다.
이 법안 역시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인정해 현물 ETF와 파생상품을 허용하는 한편, ‘제2편 디지털자산 상품 특례’에서 디지털자산 기반 장내 파생상품을 별도로 규율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거래지원업자가 개설하는 시장을 자본시장법상 ‘장내 파생상품시장’으로 인정해, 현물·파생을 연계한 시장 구조를 제도권 안에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 의무, 전담 중개업 제도 등 박상혁안과 공통된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향후 정부가 제출할 2단계 디지털자산법 정부안과 병합 심사 과정에서 두 법안의 공통분모가 기본 틀로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해외 나간 파생상품 수요, 국내로 흡수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내에서는 제도 미비 탓에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해외 거래소로 이동했다”며 “불완전 판매·레버리지 과다 활용 등 분쟁이 발생해도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현실적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이 막혀 있으니, 이용자들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로 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현물과 선물을 연계해 위험을 분리하고 헤지할 수 있는 제도권 파생상품 시장을 열면, 해외에서 거래하던 물량 일부를 국내로 유도하면서 투자자 보호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는 해외 동향을 언급하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24시간 거래 체계가 이미 일반화돼 있고, 증권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연계성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전 세계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바이낸스에서 발생하고, 이 가운데 상당 비율이 파생상품 거래”라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상품 수요를 흡수하려면, 국내에도 합법적인 파생상품 시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싱가포르 사례를 들며 “디지털자산 통합법을 곧바로 시행하더라도 기존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논란이 예상되는 영역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허용·검증하는 방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